알선업체 의뢰 美이민 허가 안나…대법 "계약해제 아닌 해지만 가능"
1·2심은 "사정변경으로 계약해제 가능…수수료 90% 반환해야"
대법 "이미 업무 여러 부분 이행…계약 '해제'는 불가"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미국 취업이민을 받기 위해 해외이주 알선을 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진행을 하던 중 미국 당국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 계약 '해제'가 아닌 '해지'만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원심은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업체가 수수료 90%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계약 '해지'로 계산할 경우 업체가 반환해야 할 수수료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 등이 해외이주 알선을 하는 B업체를 상대로 낸 수수료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1년 B업체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맺었다. 이후 미국 노동부가 2015년 5월 A씨 등의 노동허가신청을 거절하자 A씨 등은 B업체와 국외수수료 금액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B업체의 업무수행에 따라 A씨 등은 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와 이민국의 이민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다시 추가 행정검토 결정이 내려지며 절차가 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2019년 10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 등을 주장하며 B업체를 상대로 국외알선 수수료 중 90%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B업체가 A씨 등에게 각각 수수료의 90%에 해당하는 1만6200달러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원심은 A씨 등이 이민절차를 재개한 2015년 6월부터 5년이 경과한 때까지도 비숙력 취업이민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의 기초로 삼았던 A씨 등의 비자발급 여부에 관해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계약의 효력을 유지해 A씨 등이 미국 대사관의 최종적인 이민 불가 결정을 받아야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며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 계약을 일시적인 계약으로 본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이 계약이 계속적 계약이라고 보고, 계약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의 체결 경위와 당사자들의 의사, 계약의 목적과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계약은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며 "B업체의 각 업무 중 여러 부분이 이미 이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흐른 이 사건 같은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에는 '해지'만 가능할 뿐 '해제'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상 계약 '해제'와 '해지'는 다르다.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돌리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원상회복의 의무가 존재한다. 반면 '해지'는 현재까지의 계약 관계는 인정하되 해지 시점부터 효력을 잃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해제와 해지의 구분이 중요한 것은 해제·해지에 따른 수수료 반환범위를 산정할 때 산정기준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해제의 경우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수료 전액 반환을 기본기준으로 정하고 세부정산을 한다. 물론 이후 세부적으로 계산하면 업무수행에 따라 정산을 하지만 기본 출발점이 전액반환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해지와 다르다.
해지는 현재까지 업무수행한 부분에 대해선 반환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이를테면 전체 업무에서 현재까지 50% 정도 진행됐다면, 여기에 대해선 반환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다만 해지도 해제와 마찬가지로 이후 세부정산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지는 과정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계약 '해지'에 따라 수수료 반환금액 계산을 했어야 하는데, 원심은 '해제'를 기준으로 계산했으니 액수를 다시 정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얼마를 인정하라고 액수를 기속해서 보낸 것은 아니지만, 해지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원심에서 인정한 액수보다 B업체가 반환해야 할 수수료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계속적 계약 및 계약관계의 해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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