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권자에 국선변호인 선정 안해준 법원…대법 "위법"
"1심서 소명자료 냈으면 2심서 자료 제출 없어도 국선변호인 선임했어야"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하면서 경제적 사정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1심에서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점이 증명됐다면 2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줬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피고인의 빈곤이 이미 증명됐는데도 서류제출 여부만을 따져 기계적으로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빈곤 등을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록에 의해 그 사유가 소명됐다고 인정될 때에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2심에서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했다가 기각됐는데, A씨는 청구 당시 '빈곤 그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1심에서 이미 자신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A씨의 국선변호인 선청청구는 기록상 '현재의 가정형편상 개인적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렵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해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한 채 공판심리를 진행했다"며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을 위반함으로써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B씨와 민사소송 분쟁을 계속하던 중 B씨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자 B씨가 운영하는 기업과 관련해 비리가 있다는 취지의 제보를 할 것같은 태도를 보이며 2018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내일 금감원과 거래소에 민원 넣을게', '넌 상장 못해', '내일이면 끝나' 등의 메시지를 총 174회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협박)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하고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하고 A씨만 참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항소기각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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