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심경변화 최후 메시지
"그런 것 없다"→"문제될 소지 있다"→"시장직 던지고 대처"
사망 하루 전날 참모진과 대화에서 시시각각 심경 바뀌어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지난 7월 성추행 의혹 제기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 전 주변에 전한 메시지 중 하나다.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피소 가능성을 의식한 듯한 이와 비슷한 발언을 여러차례 측근들에게 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서울북부지검은 30일 박 전 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사망 시점 기준 역방향으로 피소사실 유출경로를 찾는 수사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는 극단 선택 이틀 전인 지난 7월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자리를 갖고 '시장님 관련하여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질문했다.
임 전 특보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남 의원은 여성단체 관계자로부터 해당 내용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은 해당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임 전 특보가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고 추가로 묻자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4월 성폭행 사건'은 지난 4월14일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남자 직원이 이 사건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건을 의미한다.
박 전 시장과 임 전 특보 독대 8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11시쯤 상황이 달라진다. 박 전 시장은 당시 시장 공관에서 임 전 특보, 기획비서관 등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튿날인 7월9일 오전 9시15분쯤에는 박 전 시장이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과 독대를 하면서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 그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무렵 성추행 피소 가능성도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44분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3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쯤에는 임 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으며, 오후 1시39분쯤에는 고 전 실장과 통화하면서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휴대폰 신호는 같은 날 오후 3시39분쯤 끊겼다. 박 전 시장은 이튿날인 7월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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