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재판청탁' 정치인 처분 고심…양승태 기소 후 본격 검토
梁 설연휴 후반 추가소환…오는 12일 전 재판에
연루 정치인 죄목 '난감'…김영란법 등 적용 어려워
- 이유지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재판청탁' 의혹과 관련해 사법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설연휴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을 기소하고 본격적으로 법리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4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구속만기인 오는 12일 전까지 재판에 넘기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장 작성에 매진하며 수사 마무리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조사는 설연휴 후반부에 이뤄질 예정이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권의 서영교·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야권의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과 노철래·이군현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 관련 재판청탁건은 양 전 대법원장과 전·현직 법관 등 본류를 재판에 넘긴 후 들여다 볼 방침이다.
앞서 임 전 차장을 1차 구속기소 하며 검찰은 홍일표·유동수 의원의 재판과 관련한 행정처의 관여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한 바 있다. 지난달 15일 추가기소 과정에서는 서영교·전병헌·노철래·이군현 등 전·현직 의원의 재판청탁 관련 정황도 드러났다.
홍일표 의원의 경우 사무국장을 지인 회사 고문으로 등재해 2000만원을 부정수수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되자, 법원행정처는 검찰 단계 수사 방어전략과 기소시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 기준이 '벌금 1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한 직 유지 및 상실 전망 등을 적시한 문건을 작성했다.
임 전 차장은 대법원 양형위원회 판사에게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직접 홍 의원을 찾아가 직 유지 방안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2014년 상고법원 설치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다만 그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동수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행정처의 법률자문 이후 2심에서는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해 2심 대응문건을 작성하게 하고, 유 의원의 변호인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후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보내 전략을 설명하게 한 정황도 파악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국회에서 법원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던 당시 특허청장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는데, 해당 발언 요지까지 행정처에서 만들어 보내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 2015년 5월 국회파견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총선 당시 지역구에서 연락사무소장 등을 역임한 지인의 아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강제추행 미수에서 공연음란죄로의 죄명 변경 △징역형 대신 벌금형 선처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다만, 서 의원 측은 당일 일정 등을 공개하며 물리적으로 해당 판사를 만날 상황이 아니었다고 적극 반박하고 있다.
전병헌 전 수석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2015년 4월에서 5월 사이 그의 친인척인 보좌관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차장에게 조기 석방 등 선처를 청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차장은 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후 전 전 수석에게 검토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철래·이군현 전 의원과 관련해 임 전 차장은 2016년 8월에서 9월 사이 이들에 대한 설명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행정처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에게 두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양형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철래 전 의원 사건의 경우 임 전 차장이 직접 해당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장에게 죄질이 가볍다며 부담을 줘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건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군현 전 의원의 경우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특히 두 의원과 관련해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이들에게 청탁을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에게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이후 한 차례의 소환에서도 임 전 차장은 해당 위원이 누구인지와 관련해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추가기소 전 홍일표·유동수 의원과 전병헌·이군현 전 의원에 대해서는 비공개 소환조사를 마쳤다. 서영교 의원과 노철래 전 의원은 소환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의원의 경우 서면조사에는 응했으나 노 전 의원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파악할 수 있는 사실 관계는 다 파악한 상황"이라 밝혔다.
검찰은 이같은 일련의 청탁이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역점사업을 추진하며 행정처가 국회의원들을 통해 정책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의원들에게 적용할 죄목은 마땅치 않아 사법처리 여부를 고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의 경우 법률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전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적용이 될 수 없으며, 뇌물공여 및 수수 또한 청탁 대상인 직무집행에 대한 금품 등이 수반되지 않아 의율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의원과 법관을 직무상 상하관계로 보기 힘든데다 재판에 개입하는 것이 의원의 권한에 속하지 않을 뿐더러 행정처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였다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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