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 꾀어 대포통장 1031개 만들어 해외서 유통시킨 일당 30명
'숙식제공' 미끼로 합숙 뒤 사업가 둔갑시켜 통장개설
동남아서 보이스피싱·인터넷도박에 사용토록 유통
- 최은지 기자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노숙자들을 모집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으로 보내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에 사용하도록 유통시킨 일당 30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2년간 119개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1031개를 만들어 유통시킨 손모씨(48)를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손씨와 공모한 대포통장 유통알선책, 노숙자모집책, 노숙자관리책, 명의를 빌려준 노숙자 등 15명은 구속기소, 일반인모집책과 법인 대표명의를 빌려준 비노숙인과 통장양도인 등 1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서로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총책을 중심으로 노숙자모집책과 관리책, 대포통장 유통알선책 등 점조직 형태로 체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손씨는 법인을 설립할 경우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숙자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유인하기로 계획했다.
노숙자모집책들은 서울역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수원역 등 수도권지역 노숙자에게 접근해 돈과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유인해 총책 손씨에게 노숙자의 주민번호를 알려줬다. 손씨는 이 주민번호로 사업자 설립이 가능한 노숙자만 받아 원룸에서 합숙을 시켰다. 모집책들은 노숙자 1명 당 80만~120만원을 받았다.
손씨는 노숙자들에게 법인 1개를 설립하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이들을 일반 사업가로 꾸며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통장을 개설하게 했다. 이들 노숙자는 대포통장 1개당 50만~150만원을 받고 넘겨주고 매달 140만원의 수익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범행은 손씨가 데리고 있던 노숙자관리책과 노숙자 등 22명이 지난 2013년 7월과 2015년 1월 경찰에 2차례 검거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스포츠토토 사건을 수사하다가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무더기로 이용되고 명의자가 동일한 점을 수상하게 여겨 수사 끝에 두 사건의 총책이 동일인물임을 확인하고 총책 손씨를 검거했다. 손씨는 노숙자들이 두 차례 경찰에 검거된 후에도 2017년 3월까지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대담함을 보였다.
손씨는 이와 같은 수법으로 약 5년간 약 7억원의 수익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범죄 수익을 전부 추징할 예정이며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대포통장 수익금 1250만원도 몰수할 예정이다.
적발된 노숙자들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고로 노숙하다가 범행에 가담한 20~30대도 있었다. 노숙자들 중에는 4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 69개의 대포통장을 만든 사례도 있었다.
이번 수사에서 최근 법인설립 절차가 온라인 신청을 통해서도 가능하게 되는 등 쉬워진 점과 유한회사의 경우 설립시 자본금납입증명을 요구하지 않는 점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노숙자를 이용하면 대포통장에 입금된 보이스피싱이나 도박 수익금을 인출해가는 소위 '뒤탈'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숙자 명의로 설립된 유령법인 목록을 국세청에 통보해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이 사건 대포통장 리스트를 경찰과 공유해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수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서민생활침해사범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를 전개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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