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시간 몇십초·담배도 몰래 건네…'집사변호사들' 행태

대한변협, 구치소 심부름 변호사 10명 정직 등 징계
접견 횟수·시간 제한 없어…일반인 상대 심부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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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도현 윤수희 기자

#1. 서울 서초동 한 법무법인의 박모 대표변호사(48·여)는 후배 A 변호사(29·여)를 서울구치소로 자주 보냈다. A 변호사는 2014~2015년 대부분 선임계 없이 수용자들을 접견했다. 접견시간이 0~10분인 경우도 절반이나 됐다.

#2. 이모 대표변호사(38)는 같은 사무실의 B 변호사(40)와 C 변호사(31·여)를 자주 구치소에 보냈다. B 변호사는 수용자에게 담배와 볼펜 등 외부에서 가져온 물건을 접견 도중에 몰래 건넸다.

구치소에 있는 유명인·재력가의 심부름이나 말동무를 하는 등 수용자가 접견실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게 도와줘 '황제접견'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집사 변호사'들의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지난 2015년 3월 법무부로부터 서울구치소 집사 변호사 10명 명단을 받아 자체 조사에 들어간지 약 2년 만에 첫 징계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가 접견교통권을 남용해 수용자간 형평성을 해치고 교정행정에 대한 국민신뢰를 깨뜨렸다고 본 것이다.

변협은 지난달 23일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개시가 청구된 박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총 13명에 대해 심의한 뒤 정직 4명(2개월 1명·1개월 3명), 과태료 2명(500만원 1명·200만원 1명), 견책 4명 등 10명을 징계했다. 3명은 소명부족으로 징계를 연기했다.

변협은 당시 법무부가 보낸 '다수·장기 미선임 접견변호사' 10명 명단에서 해당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도 함께 조사했고 3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개시를 청구했다. 또 지난해에는 선임계를 낸 집사변호사들을 추가 조사해 총 35명을 리스트에 넣었다.

이번 변협 징계위에 오른 집사변호사 13명을 살펴보면 사법시험 출신(9명)이 변호사시험 출신(4명)보다 많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7명)과 여성(6명)이 비슷했는데 20~30대 젊은 변호사가 9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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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권을 이용해 의뢰인의 심부름꾼이 되는 집사변호사 문제는 유력인사나 재력가들이 구속수감될 때마다 계속 문제가 됐다. 현행법상 변호사는 횟수나 시간제한 없이 자유롭게 수용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광덕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57)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하루에 3~4번씩 변호사를 접견하며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이 아니라 취미생활을 한다"며 집사변호사 문제를 지적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54) 역시 2013년 국정감사에서 강간치상 등으로 징역 10년을 받고 수감중인 한 종교단체 교주가 변호사인 신도와 접견하며 설교내용을 외부로 반출한 사실을 문제 삼기도 했다.

2014년 12월 의뢰인을 만나러 서울 남부구치소를 찾은 한 변호사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3)과 그의 변호인이 접견하는 장면을 보며 "젊은 변호사 앞에 사장님 포스로 앉아 있었다"고 당시 황당했던 경험을 밝힌 바 있다.

보통 집사변호사들은 이런 심부름을 하고 시간당 적게는 20만~30만원 또는 수용자 1인당 월 150만~300만원 등 다양한 금액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재력가들은 이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특별 고용하기도 한다.

일부 수용자들은 집사변호사를 고용해 시간 때우기를 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수감자들의 변호사 접견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구치소 내 접견실 수는 제한적인데 일부 수용자의 접견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사람들은 대기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통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수임 경쟁과열 등으로 인해 일반인을 상대로도 심부름 업무를 주로 맡는 변호사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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