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낸 탄핵사유를 '압축'… 헌재가 든 5가지 쟁점은

22일 1회 준비기일서 유형별로 정리해 제시
전문가들 "심리 효율성 높이기 위한 것"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수명재판관인 이진성(왼쪽부터), 이정미,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제1회 준비절차기일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로 정리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온 9가지를 유형별로 압축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22일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회 준비절차기일에서 "헌재가 가진 유일한 선례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인데 그 사건에서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나눠 판단했다"며 "종전 선례가 옳다고 보고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가 헌재에 낸 소추의결서를 보면 국회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로 ①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등 위배 ②직업공무원 제도 등 위배 ③재산권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등 위배 ④언론의 자유 위배 ⑤생명권 보장 위배 등 헌법 위배행위 5가지를 들었다.

또 ⑥미르·케이스포츠 설립·모금 관련 범죄 ⑦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⑧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⑨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 등 4가지 법률 위배행위를 소추사유로 적었다.

헌재는 이 9가지 사유 중 ①과⑨를 묶어 '최순실씨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으로, ①②③⑥⑧를 묶어 '대통령 권한 남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④는 '언론의 자유 침해', ⑤는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으로 정리하고,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를 묶어 총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소추사유를 이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것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단 측에 의견을 물었고,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은 △최순실씨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 등 5가지 소추사유의 사실 확정과 중대한 법 위반인지 판단 여부로 좁혀졌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 실무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헌재가 탄핵심판 심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쟁점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50· 사법연수원 27기)는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고 판단하는 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쟁점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교통정리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이렇게 쟁점을 정리하면 변론기일에서도 중복되는 것을 배제하고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며 "결정문도 5가지 유형화된 쟁점별로 판단돼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56·18기)도 "중복되는 사안을 정리해 심리를 합리적으로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쟁점을 정리함으로써 국회 소추위원단 측과 박 대통령 측도 공방의 대상이 분명해져 헌재가 사건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헌재가 그만큼 사건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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