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진상규명④] 진실규명 위한 재판은 계속된다
이준석 선장 무기징역·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징역 7년 확정
피해자 가족들 진실규명 위해 민사소송 제기… 재판 진행 중
- 안대용 기자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875일이 지났다.
사고 발생 후 슬픔과 분노 속에서 대형 참사의 책임을 엄중하게 따지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재판이 이어졌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구호의무 위반 책임 등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고, 이준석 선장(71)을 비롯한 사고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웠다.
당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선장은 살인죄가 인정돼 지난해 11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세월호를 증·개축해 복원성을 약화시키고 화물과적과 부실고박을 조장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74)는 징역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승객들에 대한 구조를 소홀히 한 혐의로 김경일 당시 해경 123정 정장(58)도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정장 역시 징역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초기 구조 실패가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되었음에도 해경 지휘 라인과 정부의 책임은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검찰 수사에 대해 '미흡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참사의 책임을 묻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과 생존 피해자·가족들은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지난해 9월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4·16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한 방법으로 정식 소송을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고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이준석 선장 살인죄 인정 무기징역…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징역7년
세월호 참사에 가장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은 모두 재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특히 이 선장에겐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던 이 선장의 퇴선명령만으로도 상당수 승객의 탈출과 생존이 가능했다"며 "그럼에도 이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을 내린 채 침몰 직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서 몇몇 선원과 퇴선해 이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선장은 자신의 행위로 승객들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대형 인명사고와 관련해 구조조치 또는 구조의무 위반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첫 사례가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선장에게 살인의 미필적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선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같은 날 기관장 박모씨(56) 등 간부급 선원 3명에 대해서도 징역 7~12년을 확정하고, 나머지 선원 11명에 대해 징역 1년6개월~5년을 확정했다.
세월호를 무리하게 개조하고 과적을 지시해 참사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한식 대표를 비롯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도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해 10월 확정했다.
또 청해진해운 해무이사 안모씨(62)에게 징역 6년에 벌금 200만원, 추징금 5570만원을 확정하는 등 함께 기소된 대부분의 임직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세월호 운항 관리와 관련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기소된 당시 인천해경 공무원 장모씨는 지난 5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만원과 추징금 31만원이 확정됐다.
세월호 경사시험을 부실하게 감독하고 허위검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국선급 검사원 전모씨에 대한 재판은 현재 대법원이 심리중이다.
◇ '구조 소홀' 책임 123정장 징역 3년… 진도VTS센터장 무죄
세월호 사고 초기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현장 지휘관으로서 초기 구조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인정돼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정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정장이 사고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세월호와의 교신 유지와 상황 파악을 소홀히하고, 도착 후 승객 퇴선유도 등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관제임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과 직원 등 13명도 법정에 섰다. 하지만 이들은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같은 날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진도VTS센터장 김모 경감(4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직무유기죄는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 포기 등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김씨 등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적절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한 것일 뿐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김 경감을 제외한 12명의 직원들에겐 변칙근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교신일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200만~300만원이 확정됐다.
김씨 등은 2인 1조로 구역을 나눠 관제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야간에 1명이 관제를 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관제소홀 사실이 드러날까봐 2명이 근무한 것처럼 교신일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폐쇄회로(CC)TV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해경의 사고 수습 책임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선 초기 구조 실패가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되었음에도 해경 지휘 라인과 정부의 책임은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해경 몇 사람만 법정에 세우는 데 그친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유병언 일가' 수사는 요란했지만…상당수 '집행유예'
검찰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세월호 실소유주인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 일가에 직접 칼날을 겨누고 횡령·배임 등 혐의와 관련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자택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사무실, 경기 안성 금수원 등 구원파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구원파 신도들은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수사가 시작된지 몇 달이 되도록 검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2014년 7월 시신으로 발견됐다. 세월호 참사 발생 3개월, 유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2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후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 등 관계자들을 줄줄이 잡아들여 기소했다. 하지만 세모그룹 '횡령·배임'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대균씨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비교적 낮은 형이 확정됐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72)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송국빈 다판다 대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는 등 측근 대부분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한 혐의로 기소된 오갑렬 전 체코 대사(62)는 지난해 9월 무죄가 확정됐다.
한편 프랑스 파기법원은 지난 3월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씨를 한국에 돌려보내라는 결정을 내렸다. 유 전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차남 혁기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진실규명 위한 움직임은 이제 민사소송으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진실을 밝히고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은 지난해 9월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생존 피해자와 가족들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시행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에 따른 배·보상을 받지 않고 소송을 택했다.
당시 4·16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한 방법으로 정식 소송을 택하게 됐다"며 "가족들이 국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법원에서 직접 하고,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중인 사건은 세 차례 변론준비기일이 열렸고 오는 29일 1회 변론을 앞두고 있으며, 안산지원에서 진행중인 사건은 한 번의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정부는 청해진해운과 임직원, 이 선장과 선원, 화물고박회사 등을 상대로 사고 수습을 위해 먼저 지출한 비용을 돌려달라며 구상금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내부 보고사항 공개에 관한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48)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 등을 공개해달라며 2014년 10월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경호실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지난 3월 비서실장 등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 처리에 관한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 제공된 자료인 보고내용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세월호 참사 당일을 포함해 2013년 3월~2014년 7월 대통령 비서실 등에서 생산·접수한 정보목록과 특수활동비·국외여비 집행내역, 2014년 7월 인건비 외 예산지출 관련 증빙자료는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선고 후 비서실장 등이 항소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심리중이다.
dandy@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지난 2일 끝났다. 백서 작성도 이달 말까지가 기한이다. 정부는 이미 특조위 종료를 선언했고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달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조위의 노력에도 세월호 참사의 실체는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2년 5개월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