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롯데 수사…검찰, 활로 찾을까(종합)

허수영 사장도 영장 기각…신동빈 수사 동력 잃나
신격호 수사도 난항…서미경 소환 일정 조율 중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2016.8.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56)에 이어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됐다. 롯데그룹 수사가 번번이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어떤 방향으로 활로를 찾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9일 새벽 허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롯데그룹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 중 허 사장이 연루된 의혹은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사기소송이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6일 허 사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제3자뇌물교부, 배임수재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검찰은 지난 7월23일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70) 구속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의 활로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핵심인물인 허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의혹에 연루된 세무사 김모씨에 대한 영장 청구 역시 지난 2일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허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중개업체로 끼워 넣고 20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관련 비자금이 신 회장에게 흘러갔다는 의혹 등 검찰은 허 사장을 둘러싼 의혹의 정점에 신 회장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법인세 환급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 사장의 입장을) 법원이 거의 받아들였다"며 "본인이 (롯데케미칼의) 대표를 맡아 소송을 통해 받아간 부분이 있는데 (법원의 결정이) 저희로서는 의문이라고밖에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허 사장 본인이 한 차례 부인했고 영장이 기각되면서 (신 회장에게 롯데케미칼 사건을) 더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도 "(신 회장이) 오면 물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에 대한 수사가 법원의 벽에 가로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법원은 지난 7월22일 강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한 차례 기각했다.

강 사장의 경우 롯데홈쇼핑 사업권 재승인 심사 관련 의혹에 연루돼 있다. 강 사장은 롯데홈쇼핑 사업권 재승인 심사 당시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 허가를 받아낸 혐의, 9억여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사장 비자금 조성 의혹의 정점에도 신 회장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현재 단계에서 강 사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결정이 나온지 한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강 사장에 대한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중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또 롯데건설 비자금 의혹 수사 역시 법원의 벽에 부딪혔다. 법원은 지난 9일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임직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롯데건설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최종 종착지 역시 신 회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이 허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이유는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강 사장과 롯데건설 임직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이유도 대체로 아직까지 범죄 혐의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발부 결정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신 회장을 겨냥한 수사 역시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어 "(영장이 기각된 부분의 수사는) 본류는 아니기 때문에 본류 수사에 지장은 없다"면서도 "법원이 자꾸 영장 청구를 기각하니 모양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만 "롯데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는 영장 기각과 관계없이 진행이 되고 있어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을 겨냥한 수사 역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셋째 부인 서미경씨(56)와 서씨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3),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등에게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6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주요 피의자인 서씨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씨 변호사를 통해 소환 일정을 계속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