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출신 절대 사면 못받는 덴마크…외국 특별사면제도는?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 관심…오·남용 문제와 해법은?
- 윤진희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례행사로 받아들여지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둔 청와대와 국회, 재계의 움직임이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 기념 사면' 단행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언급하자 국회에서는 15일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사면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사면권 제한을 위한 법안 발의 4일 뒤인 19일에는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이 계속 중이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56)은 대법원에 낸 상고를 취하하고 스스로 형을 확정지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고유 권한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서구 선진국과 같이 사면권이 적절하게 행사될 수 있는 사전·사후적 통제장치는 없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고, 특별사면 시행 이후에는 으레 '특혜 논란'이 뒤따라 이어졌다.
◇ 역대 정부 특별사면, '대중 인기영합'이나 '정국 전환용' 대부분
헌법 79조는 대통령의 특권으로 '사면권'을 정하고 있다.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은 법원이 내린 선고의 법적 효과를 소멸시켜 수감된 사람을 풀어줄 수 있고, 형을 감경해주거나 복권을 명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막강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연례행사로 취급된다. 68년 이라는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역대 대통령은 총 95차례 특별사면을 시행했다. 박 대통령이 예정대로 광복절에 특별사면을 단행하면 총 96차례의 특별사면이 헌정사에 남는다. 대통령이 1년에 한번 이상은 반드시 사면을 단행했다는 얘기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국 전환의 필요성에 따라 혹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이승만 정부는 4.19 혁명으로 물러나기 전 까지 총 9번의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했다.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 사이에 짧게 존재했던 허정 정부도 2차례 특별사면과 복권을 시행했다.
박정희 정권은 5.16 군사정변으로 인한 집권 이후 1979년 10.26까지 총 25차례의 특별사면, 복권을 단행했다. 전두환 정권은 18번, 노태우 정권은 7차례의 대통령 특사를 시행했다.
김영삼 정부는 9번, 김대중 정부 7번, 노무현 정부 8번에 이어 이명박 정부 8번,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 2번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반면 일정한 범죄를 기준으로 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의 '일반사면'은 1948년 9월 건국 대사면 이후 총 7차례 시행에 불과하다.
권위주의적 정부일수록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이 낮은 정권일수록 상대적으로 대통령의 특별사면 횟수가 많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통령 사면권의 본래 기능인 '국민통합'과 사법부의 '오판가능성'에 대한 최후 보루로 작용하기 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오·남용 되고있다"고 비판한다.
◇ 부정부패 정치인·경제인 특사…정치적 판단에 따른 '사면권 남용'
전문가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특별사면'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완하하고, 국민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고 설명한다.
대다수 특별사면이 교통법규 위반 등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없애거나 감경해 국민통합을 이룬다는 명분에서 단행됐지만, 그 실질은 측근의 사면, 정국전환 등 정권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 취임시나 경축일에 비리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을 특별사면의 주요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는 현실이 전문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국민 화합과 통합을 전면에 내세워도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남용돼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많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등 헌정질서를 파괴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한사람의 뜻에 따라 처벌을 면했다. 이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이건희 삼성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등 대표적 재벌 총수 7명도 함께 사면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도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징역 2년, 벌금 10억 5000만원, 추징금 5억 242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기인 1998년 8월 12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렇듯 역대 대통령들은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 사범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면대상자에 포함시켜 사면권을 남용해 왔다.
대통령의 사면권 오남용이 계속되자 사면권 통제를 위해 2012년 2월 사면법을 개정해 '사면심사위원회'를 만들었다. 사면법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된다. 그리고 9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은 '법무부 식구들'로 법이 정하고 있다. 사면여부를 결정하는데 여전히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특별사면권 …서구 선진국은 어떻게 통제하나?
대부분의 국가가 대통령의 헌법상의 권한으로 사면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사면 대상 선정과 절차에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사회적 해악의 정도가 크거나 국민 법감정과 어긋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예 사면대상에서 원찬배제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등 오남용 방지를 위한 장치를 잘 갖추고 있다.
미국은 ▲정치적 책임에 따라 '탄핵' 된 사람 ▲3번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유죄 확정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사면을 받은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나 대통령의 사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면을 취소할 수 있는 '사면취소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공부패 ▲총기 범죄 ▲아동 대상 범죄 ▲폭력 ▲국가안보 관련 범죄 ▲테러 등 6대 범죄에 대해서는 가급적 사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경제범죄'에 대한 사면도 극도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지키고 있다.
독일은 대통령의 사면권은 인정하지만 수사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 경우에만 사면을 시행한다. 또 재판부와 형 집행기관이 사면대상자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고, 사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유죄를 선고한 판사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정하고 있다. 독일은 사면을 조건으로 일정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면을 없던 일로 하는 '조건부 사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엄격한 사면절차에 따라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단 4차례의 특별사면만을 시행했다.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 ▲선거사범 ▲전쟁범죄 ▲테러 범죄자 ▲반인륜 범죄 ▲15세 미만 청소년대상 범죄 등은 사면대상에서 원천 제외하고 있다.
이 밖에도 덴마크는 장관 출신은 절대로 사면을 받을 수 없도록 아예 헌법에서 정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대통령이 사면을 하기 위해서는 최고재판소에 자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우리는 외국과 달리 대통령 사면권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다만 대통령 스스로 사면권을 제대로 잘 행사하기를 바라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특별사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면이 쉬운일만은 아니다. 다수 전문가들은 대통령 사면권 오남용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견제장치의 필요성을 논의할 때라고 주장한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했던 본래 의미에 따라 사면권은 대통령의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나오는 헌법상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사면권이 정치적 목적 등에 따라 오남용 되면 사법정의와 사회정의가 훼손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대통령 사면권 행사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특히 정치사범을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제도화 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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