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 넘어간 박 경위 '총기 사고'…살인죄 적용될까

법조계 '미필적 고의' 두고 의견 갈려…검찰 "고의 과실 여부 포함 조사"

경찰관이 쏜 총에 의경이 맞아 결국 숨진 지난달 25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검문소에서 헌병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News1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경찰이 근무지에서 실탄을 발사해 의경을 숨지게한 박모(54) 경위 사건을 3일 송치하면서 박 경위는 검찰을 거쳐 법원 판단을 통해 죗값을 치르게 됐다.

경찰은 박 경위 행위에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만 적용했지만 이를 두고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법조계 일각에선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견해도 있어 추후 검찰과 법원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경우 박 경위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판사는 이날 통화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어떤 행위를 해서 누군가를 살해하겠다'는 '확정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닌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어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정도의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탄이 들어있는 총을 다루는 경찰관이 잠재의식 속에 이전 근무자가 공포탄이든 실탄이든 격발을 하는 등 상황으로 만약에 실수로라도 실탄이 발사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인식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조금 더 나아간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후 수사 과정에서 과거 경찰 근무 중 잘못된 인수인계 등으로 인해 총탄이 격발돼서 공포탄이나 실탄이 발사 됐다든지 하는 전례 등이 있었는지, 총기 관리에 허술한 점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판사는 또 "박 경위가 장난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총기를 사람 몸에 가까이 대고 안전장치까지 풀었다는 건 단순한 장난의 수준은 넘은 것"이라며 "박 경위의 성향·성격과 숨진 박모(21)상경과 겉으로 드러나는 친분 관계 이외에 그 순간 우발적인 감정의 대립이 있었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B판사도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례를 보면 살인의 범의가 있어야 하는데 살인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자기 행위로 인해서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과 위험을 인식하고 용인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칼로 사람의 팔을 찌르는 경우에는 '살인의 범의'가 없어 살인죄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도 칼로 신체의 가슴 부위나 대퇴부를 깊게 찔렀다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 학생이 지난달 27일 열린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이들은 "살인범에게 단순히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이름으로 제 식구 챙기는 식의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1 ⓒ News1 / ⓒ News1

B판사는 "총에 맞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명백한데 박 경위는 실탄을 포함한 총알이 장전돼 있는 걸 알았고 가슴을 향해 총을 겨눴으며 안전장치인 고무까지 제거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며 "이 상황에서 박 경위가 명백히 '실탄이 안나간다'고 생각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의 외견적 형태면 합리적 판단을 했을 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동기와 경위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필적 고의 인정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C판사는 "미필적 고의는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쉽게 인정할 경우 모든 범죄에 살인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어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용인설'에 따라 박 경위의 경우 실탄이 나가서 박 상경이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 속 의사가 있다는 게 전제가 돼야 미필적 고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경위가 박 상경과 친하게 지냈고 (살인의)동기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는 없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경위가 사건 직후 울부짖었다거나 그런 정황 등을 봤을 때도 박 경위가 박 상경이 죽어도 좋다고 마음 속으로 감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경우 살인 자체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D판사도 "이번 사건이 미필적 고의를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실제 재판에서도 인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사후 정황들을 봤을 때 박 경위가 박 상경이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점 등은 '죽일 생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용인설'에 있어 마이너스적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사건을 강력수사를 전담하는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선)에 배당해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의 과실 여부를 포함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은평경찰서는 △범행동기가 없는 점 △박 상경과 평소 유대관계 △범행 직후 행동 △주변 진술 등을 고려해 "박 경위가 박 상경의 죽음을 바라거나 용인할만한 뚜렷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박 경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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