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사진 합성해 토익 대리시험…20대男 '집행유예'

법원 "수험생들에게 좌절·박탈감…건전하게 재능 쓸 기회 줘야"

토익시험 고사장. ⓒ News1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캐나다 유학생 출신인 박모(27)씨는 군 제대 후 마땅한 돈벌이가 없자 토익 등 공인영어시험을 대리 응시해 높은 점수를 받은 뒤 상대방으로부터 400만~600만원의 대가를 받기로 마음 먹었다.

박씨는 영어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 '토익/텝스/토플 대리시험 100% 후불 상담' 등의 댓글을 달아 자신을 홍보하던 중 지난해 5월 이 글을 보고 연락해 온 유모(24)씨로부터 증명사진을 받았다.

박씨는 포토샵 프로그램 등으로 유씨와 자신의 증명사진을 합성해 보내주고 이 합성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을 만들어 오게 했다.

유씨는 같은해 6월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았고 면허증에는 박씨로부터 받은 합성사진이 들어갔다.

이후 박씨는 유씨에게 대리 응시가 가능한 시험장과 날짜를 지정해 알려줬고 유씨는 이에 맞춰 토익 시험을 신청하고 응시자 사진 란에 합성사진을 올렸다.

박씨는 지난해 7월12일 강남의 한 고사장에서 시험감독관이 응시자 신원 확인을 하자 위조된 유씨의 면허증을 제시하고 토익 대리시험을 치렀다.

박씨는 같은해 7월 중순에는 의뢰인인 류모(42)씨의 신분증 위조를 도와주고 역시 토익 대리시험을 치렀다. 이때도 위조된 류씨의 신분증으로 감독관의 신원확인 과정을 무사히 넘어갔다.

이외에도 박씨는 자신에게 대리시험 상담을 해 온 대학생 정모(31)씨 등 3명의 신분증 사진 합성을 도와주는 등 그 대가로 800여만원을 챙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돈을 받은 뒤 신분증 사진을 위조하고 공인영어시험을 대신 치러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박씨에게 의뢰해 실제로 박씨가 대리시험을 치르도록 한 유씨와 류씨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대학생 정씨 등 3명의 경우 박씨가 실제 대리시험을 치르지 않은 점을 고려해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공인영어시험에 대한 공정한 절차진행과 평가를 훼손하고 일반인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성실하게 시험을 준비하는 대다수 수험생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모두 자신들의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박씨가 깊이 반성한 후 그 지식과 재능을 사회를 위해 건전하게 쓸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dhspeop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