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없는 깃털 재판…檢, 유병언 없이 혐의 입증 문제없나
주범 유병언 없어 세월호 참사 연관도 쉽지 않아
측근들, 횡령·배임 혐의 순순 인정하며 '검찰 힘빼기'...檢, 공판기일 연기 요청
유병언 검거 없이 '실체적 진실' 입증 어려울 듯
- 진동영 기자
(인천=뉴스1) 진동영 기자 =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모그룹 기업비리의 공범 격인 유 전회장의 측근 8명에 대한 재판이 16일 시작됐다.
유 전회장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었던 세월호 참사와도 직접 관련이 없어 벌써부터 '반쪽 재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범인 유 전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측근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재판이 얼마나 진실을 밝힐 수 있겠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송 대표 외에 박승일(55)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이재영(62) ㈜아해 대표, 이강세(73) ㈜아해 전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첫 공판에서 대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미국에 도피 중인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전반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도피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어서 재판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송 대표 등이 대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시간을 더 달라"며 재판부에 공판기일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추가로 기소해야 할 공범이 더 있고 증거 관계를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주범인 유 전회장이 여전히 도주 중인 상황에서 '깃털'에 불과한 주변 측근들의 재판만 빨리 진행해 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 전회장 일가가 범죄수익으로 챙긴 돈이 2400억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들 8명의 혐의 액수를 모두 합쳐도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유 전회장의 측근들이 대부분 도피 중인 김필배 전 대표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유 전회장과의 관계는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가벼운 처벌로 면죄부만 주게 될 우려도 있다.
검찰은 유 전회장과 재판 중인 측근들의 혐의를 모두 제대로 밝히기 위해 유 전회장을 체포해 함께 기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측근들의 재판이 끝났거나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 전회장을 기소할 경우 지금까지 파악한 혐의를 다시 정리해야만 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혐의가 누락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검찰은 당초 유 전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무리하게 빼돌려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의 경영 상황을 악화시켰고, 이것이 단초가 돼 세월호 안전관리에 이상이 생겨 결국 이번 참사를 초래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유 전회장의 검거가 이뤄지지 않고 측근들에 대한 재판만 먼저 진행되면서 이같은 논리를 이어가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 경우 자칫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었던 유 전회장과 세월호 참사와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연결짓고 규명하는 데에 실패해 처음부터 '무리한 표적수사'였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송 대표 등 측근들이 상대적으로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세월호 사고와는 무관한, 횡령·배임을 저지른 단순 경제사범이라는 방향으로 재판을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듯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유 전회장을 겨냥, "계열사 대표에게 범행을 지시해 막대한 이득을 취한 책임자들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도망갔다"며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을 희생시키며 도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추가 기소 등을 이유로 다음 공판 기일을 미루고 유 전회장을 검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유 전회장의 검거가 다음 공판 때까지도 진전이 없을 경우 재판부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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