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다툼·살인음모·뇌물, '파고다'에 무슨 일…

고인경 전 회장·박경실 회장, 부부간 진흙탕 싸움 전말
박 회장 청부살인 의혹-수사무마 청탁…검·경, 수사 중

박경실 파고다어학원 대표이사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브로커에게 수억원대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파고다 어학원 건물에 한 학생이 수업을 듣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경영권 분쟁, 이혼, 살인예비음모, 사건무마 청탁과 뇌물. 막장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4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고다교육그룹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다.

24일 검찰, 법원, 경찰 등에 따르면 파고다교육그룹 박경실(59·여) 회장은 검찰과 경찰에서 동시에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다음달 9일부터는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도 시작된다. 가정법원에서는 남편 고인경(70) 전 파고다교육그룹 회장과 이혼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과 고 전회장, 그리고 파고다교육그룹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파고다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파고다교육그룹의 출발은 1969년. YMCA 영어강사로 활동하던 고 전회장이 당시 한미외국어학원을 설립하면서다.

고 전회장은 1979년 박 회장과 화촉을 밝힌다. 그 때 학원의 간판도 파고다어학원으로 바꿔달았다.

파고다어학원은 박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1994년에는 파고다아카데미로 법인명을 바꾼다. 박 회장도 이 시기를 전후해 대표로 취임한 뒤 경영활동을 총괄한다.

학원은 후퇴를 모르고 성장을 이어갔다.

현재는 서울 강남, 종로, 신촌과 부산 서면 등에서 9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 사이트, 파고다서점 등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다.

박 회장은 2009년 회장에 취임했고 2012년 기준으로 연 매출 8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 전회장과 박 회장 사이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2004년 박 회장이 고 전회장의 회사 지분을 두 딸에게 몰래 이전하면서 갈등의 폭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회장은 전 부인으로부터 1남1녀를 두고 있었다. 이 중 아들은 1996년 사망했다. 박 회장이 지분을 이전하면서 자신이 낳은 딸에게 더 많은 지분을 줬던 것이 도화선이 됐다.

고 전회장은 박 회장을 상대로 2012년 3월 이혼소송을 냈다.

이후 고 전회장은 박 회장의 비위사실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수사 결과 비위사실이 사실로 밝혀졌다.

고 전회장은 박 회장이 지난 2005년 11월 열린 파고다어학원 주주총회에서 매출이 10% 이상 늘어나면 성과급을 받아가기로 결정한 것처럼 회의록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이 이를 빌미로 회사돈 10억원을 빼돌렸다며 횡령 혐의로 2013년 1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맡은 검찰은 횡령 혐의뿐만 아니라 박 회장이 학원을 연대보증인으로 두고 회사에 23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까지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는 인정했지만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박 회장이 고 전회장을 '청부살인'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박 회장이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자신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A씨에게 고 전회장의 측근인 B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파고다어학원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문서 등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표는 살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A와 B가 공모해 경찰에 허위로 제보했고 경찰은 이들의 진술에 의존해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박 회장에게 두 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지만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 선거를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박 회장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수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또 있다. 박 회장이 브로커 서모(46·구속)씨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박 회장은 자신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수사를 무마해달라며 서씨에게 9억여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서씨에게 건넨 9억여원 중 일부가 경찰관들에게 로비 용도로 전달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notep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