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권 과장 중국 선양 보낸 이유는...증거인멸?

권 과장, 유우성 수사팀서 일하다 지난달 중국 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로 파견
시점은 민변 의혹 제기-검찰 외교부 자료입수 사이…'수사방해' 의심
검찰 묵인하에 파견된 것이라면 더욱 큰 문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팀이 마련된 서울고검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4.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핵심 피의자로 등장한 국정원 소속 권모 과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권 과장이 조작된 문건이 유통된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 선양총영사관에 지난 달 파견됐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정원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에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검찰과 사정기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국정원 소속 블랙요원 출신으로 중국에 정통한 것으로 전해진 권 과장은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내 '유우성 수사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수사팀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중국에서 '블랙요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번 증거조작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 과장(구속)도 지난 10여년간 중국에서 블랙요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유우성 수사팀의 일원으로 내부적으로 이미 증거조작 의혹에 어떻게든 관련돼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권 과장을 지난달 중국 선양총영사관에 부총영사로 파견했다.

당초부터 증거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국정원소속 이인철 영사가 선영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다시 권 과장을 추가로 파견한 것이다.

증거조작 의혹에 연루된 직원들을 격리시키지는 못할 망정 조작된 문건의 핵심 유통경로인 선양총영사관에 모아 놓은 것은 국정원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에 비추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당연히 이들이 선양총영사관에서 서로 말을 맞추며 증거가 될만한 흔적을 지우거나, 또는 모종의 제3의 공작을 하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시점 상으로 볼 때도 국정원의 조치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34)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법원에 보낸 공문을 근거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서 검찰과 국정원이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기록이 조작됐다는 주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제기됐다.

검찰이 선양총영사관의 국정원 관리 컴퓨터를 입수한 때는 유우성씨 측이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이후 한 달이 지난 지난 14일쯤이다. 검찰은 이 때 외교부의 협조를 통해 일부 외교문서와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이후 검찰은 19일 권 과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시점으로 볼 때는 검찰의 자료 입수 및 권 과장 소환은 권 과장 등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후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로서는 사전에 권 과장의 증거조작 연루 행적을 몰랐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권 과장이 유우성 수사팀에서 일한 것을 알고 있는 국정원이 권 과장을 선영총영사관에 보낸 것은 상당히 도발적인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국정원의 의도를 검찰이 몰랐다면 국정원 측의 '증거인멸' '수사방해'의 의혹이 짙어질 수밖에 없고 검찰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한층 더 큰 문제라고 봐야 한다.

국정원은 선양총영사관에 국정원 소속인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음에도 권 과장을 추가로 파견했다.

국정원 측은 권 과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마당에 최소한 권 과장을 선양총영사관에 파견한 이유를 밝혀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는 국정원이 또 다른 직원을 선양총영사관에 파견할 이유가 크지 않고, 파견 기간도 길어야 한 달 남짓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이 현지에서 증거인멸·수사방해 활동을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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