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국정원 증거조작 '윗선' 수사, 어디까지 이어질까

새로운 인물, 국정원 소속 권모 과장 연루로 윗선 개입정황 더욱 뚜렷
대공수사팀장-국장-2차장-원장 이어지는 지휘라인 초점
조직적 개입 정황 속속 드러나…남재준 원장 압박도 커져

19일 오후 진상조사팀이 마련된 서울고검 로비에 관계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4.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윗선을 겨누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조직적 증거조작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고 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들도 속속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번 사건의 맨 위에 있는 최종 '윗선'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최소한 국정원 2차장 산하 대공수사국 수준의 조직적 개입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조작 방식의 대범성 등으로 볼 때 더 상부에 있는 윗선의 재가를 받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에 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지난 19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국정원 소속 권모 과장(주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 파견)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의 1차 배후로 지목된 이모 대공수사팀장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를 하고 금명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공수사팀 직원들도 지속적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유우성씨 간첩사건과 관련해 대공수사팀이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증거조작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블랙요원'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구속)은 1년 넘게 국정원에 정보를 제공해오던 협조자 김모(61·구속)씨로부터 위조된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 명의의 정황설명서'를 건네받아 검찰에 넘겨줬다.

또 김모 과장은 국정원 소속 이인철 주선양총영사관 영사로부터 정황설명서에 대한 공증 서류를 건네받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영사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본부의 요구로 현장에 가지 않고 문서를 만들어 건넸다"며 허위 문서를 만들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새로 등장한 인물인 권 과장도 이 과정에 개입해 증거 조작에 협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뿐만 아니라 일부 대공수사팀 직원들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려던 인사들에게 찾아가 회유·압박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다.

대체로 김 과장을 중심으로 주변 국정원 직원이나 협조자들이 하나씩 역할을 맡아 수행한 듯한 모습이다. 국정원 직원과 협조자 등은 이 과정에서 김 과장을 '팀장'이라고 부르는 등 리더 역할을 한 인물로 여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 과장은 국정원 직급상 4급으로 알려져 있고 이인철 영사는 3급으로 전해지기도 하는 등 김 과장이 유우성 간첩사건 수사뿐만 아니라 증거조작을 진두지휘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하고 '윗선'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나아가 등장하는 인물이 많고 계획이 치밀한 점 등으로 볼 때 이 과정을 일선에서 지휘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정원 대공수사팀 이 팀장 윗선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 팀장 조사에 이어 대공수사국장 등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대공수사를 책임지는 서천호 국정원 2차장, 남재준 원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 전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상부로 이어지는 일부 보고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관련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기밀 사항인 국정원 직제표도 일부 확보해 조사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해내는 것이 남은 핵심 과제다.

윗선 수사와는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든 남재준 원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쪽에서는 국정원 수장인 남재준 원장이 '몸통'이라는 주장과 함께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쪽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임기 중 두 번째 강제수사를 당하고 있는 남 원장이 조만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