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조작' 재판은 별개 진행…檢, 증거철회 고심

법원 "검찰 진상조사와 재판은 별도로 진행돼야"
예정대로 28일 결심공판 진행되면 무죄 굳어질 가능성
검찰, 법원에 추가 사실조회 신청했다 철회 '우왕좌왕'

유우성씨와 변호인단.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오경묵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은 검찰의 진상조사 및 수사와는 별개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검찰은 증거철회 여부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증거조작 의혹 제기 후 지난달 28일 처음 열린 유우성(34)씨의 재판에서 "검찰 진상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재판은 별도로 진행돼야 하는 절차"라며 오는 28일 오후 3시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고지했다.

법원의 이같은 입장은 검찰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공식 수사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경우 1심에서 이미 무죄가 선고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작된 증거가 재판결과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같은 상황에서 유씨의 항소심 재판 진행방향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 측은 당시 열린 재판에서 "중국 정부의 회신에 '위조됐다'는 기재만 돼 있을 뿐 어떤 부분이 어떻게 위조된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완결성이 없는 회신"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 정부에 이의 소명을 요구하는 추가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유씨 재판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11일 오후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직후 곧바로 철회하는 등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추가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조회 신청도 서류 접수과정의 오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같은 모습은 오히려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의 의견 조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검찰은 또 '출-입-입-입'으로 기재된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에 대해 전산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증거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수사팀이 결론을 내기 전이기 때문에 증거조작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제출증거 철회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새로운 증인을 신청하는 등 막판까지 강수를 띄우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 수사팀 결론이 나오기 전이라도 증거를 철회하기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항소심 재판부에 결심공판 연기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1심에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항소심에 이르러 이를 뒤집기 위해 중국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출입국기록) 조회결과',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유가강(유씨의 중국 이름)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등 총 3개의 문건을 핵심적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유씨의 변호인단 측은 검찰 측 증거가 중국의 공식 출입경기록의 형식, 도장직인 방식 등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사실조회 신청서를 중국대사관에 발송했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7부의 재판장을 맡고 있던 윤성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은 "각자 입장에서만 이야기해서 마음 한 구석이 슬프다"며 "어떻게 국가기관도 못 믿게 됐을까. 법원도 국가기관이니깐 우리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힌바 있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카운터파트로 인정하고 이해를 전제로 주장을 날카롭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대사관이 지난 2월13일 "검찰이 제출한 자료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답변서를 보내면서 유씨의 간첩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은 국가기관의 증거조작 의혹 사건으로 번졌다.

여기에 가짜서류를 국정원에 제공한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모(61)씨가 검찰조사를 마친 직후 '국정원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커졌다.

공식 수사체제 돌입 후 김진태 검찰총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유감 표명과 함께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히라"고 주문했다.

30대 탈북 화교의 간첩 혐의로 시작된 재판은 국가 핵심 권력기관인 국정원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초유의 사건으로 번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상황일수록 휘둘리지 않고 원칙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예정대로 오는 28일 결심공판이 진행된다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선고는 결심 후 2주일 이내에 내려지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훈시규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