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측 "대화록 초안은 중복문서라 이관안돼"

김경수 전 비서관 등 기자회견 자청…입장발표
"최종본 대통령기록관 미이관, 상식적으로 납득안돼"
노무현 전 대통령 삭제 지시 없어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가운데) 등 참여정부 인사 3명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열린 NLL회의록 삭제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논의하고 있다.2013.10.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윤상 전준우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대화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 본부장과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박성수 변호사 등은 9일 서초동 서울고검 1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측 중간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이 이관되지 않은 것은 이관 대상 문서 분류과정에서 초안이 중복문서에 해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초안의 일부 표현과 내용을 정정한 수정본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본부장은 "초안을 수정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 이관 대상으로 분류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2007년 초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 이관작업을 위해 '기록물 이관 및 인수인계 TF'를 꾸렸다.

TF는 이관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는 한편 2007년 7월부터는 기록물 재분류 심의 역할을 맡았다.

기록물 재분류는 각 비서관실에서 분류한 기록물의 속성에 따라 지정· 비밀·일반 기록 등으로 분류에 이관대상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TF는 재분류 과정에서 이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생긴 테스트문서, 개인일정, 중복문서 등과 같이 이관할 가치가 없는 자료들은 이관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이관대상에서 제외된 자료는 이지원 자체에서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이지원 문서카드의 표제부 목록에서 빠진다. 표제부에서 제외된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고 청와대 이지원에 그대로 남게 된다.

이지원 시스템의 핵심인 문서관리카드는 표제부, 경로부, 관리속성부 등 3가지로 나뉜다.

표제부는 문서제목과 작성취지, 작성일, 작성자 등 기본적인 개요을 담았다.

경로부는 문서 작성 이후 누구를 거쳐 최종 보고자에게 보고됐는지, 중건에 경유자들의 문서 내용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를 표기한 부분이다.

관리속성부는 대통령지정, 비밀, 일반 기록 등을 구분한뒤 세부사항을 설정하는 부분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채 청와대 이지원에 남겨졌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이 '초기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삭제된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다.

재분류 과정을 거친 문건 중 이관대상으로 최종 결정된 자료는 청와대 기록물관리시스템(RMS)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김 본부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은 수정본이 있기 때문에 중복문서로 분류돼 표제부 목록에서 지웠다"며 "이관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청와대 이지원에는 문서가 남아있고 RMS에는 그 문서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상태에서 청와대 이지원 복사본인 봉하이지원으로 복제를 했기 때문에 (봉하이지원에는) 초안이 남아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작성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본부장 등에 따르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회담 직후 국정원에서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녹취록을 작성했다.

국정원에서 작성된 대화록은 청와대 안보정책실을 통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책자와 함께 이지원을 통해 보고됐다.

이지원으로 보고된 시점은 2007년 10월 9일이다.

노 대통령은 대화록을 열람한 뒤 청와대 안보정책실에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나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한 수정을 지시했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안보정책비서관이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조 비서관은 국정원이 작성한 녹취록에서 대화가 겹치거나 발언 당사자를 잘못 표기한 것 등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 비서관이 메모한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또 '저'를 '나'로 고치고 '님'이라는 표현을 일부 수정하는 등 통상 처리해오던 관례대로 정정해 대화록 최종본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안영배 사무처장은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다른 정상회담에서도 대부분 '저'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며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불거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 삭제 논란의 시비의 대상이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노 대통령이 삭제할 문건과 이관 대상을 개별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국정원에 녹취록을 넘기면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명균 전 비서관이 10월 5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노 대통령이 국정원이 작성해 문서형태로 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폐기하도록 지시했지만 청와대 이지원의 대화록 삭제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과 정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조사과정에서도 검찰이 미리 예단을 갖고 짜맞추기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음을 검찰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ys2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