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실종' 檢-참여정부 주장 팽팽…법적 쟁점은

대통령기록물 성격, 미이관·삭제 이유, 통치행위 여부 등
'파기, 유출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들. 왼쪽부터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이창우 1부속실 행정관.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김수완 기자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대화록 열람을 끝내고 수사 마무리를 위해 7일 대화록 작성 등에 관여한 참여정부 인사들을 불러 '사초 실종' 경위 등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됨에 따라 관련자들의 처벌 여부와 범위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다.

◇대통령기록물이냐, 공공기록물이냐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등이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이라고 정의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여지가 크다. 하지만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수사를 하면서 국정원에 보관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에 해당된다고 결론내렸다.

참여정부 측 관계자들은 정상회담 직후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간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국정원에서 풀어 초안을 작성했고 당시 회담에 참석한 인사들이 작성한 메모 등을 초안에 추가한 뒤 국정원과 청와대에서 하나씩 보관했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길 경우 대화록의 성격을 두고 또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내용이 거의 같은 두 대화록을 생산, 보유한 기관이 어디인지에 따라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로 분류할 수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두 대화록에 대해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대화록은 국정원이 공개한 것과 내용상 거의 같다"고 밝혔다.

◇대화록 미이관·삭제 시기 및 이유 두고 논란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록이 삭제된 것을 발견하고 최근 복구했다고 밝혔다. 또 봉하 이지원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삭제된 대화록 외에 내용이 일부 수정된 대화록도 발견했다.

검찰은 "대화록은 반드시 이관돼야 하는 자료이고 이관이 안됐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 만약 삭제가 됐다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을 소관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며, 기록관은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이관대상 대통령기록물을 중앙기록물관리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규정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은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측은 대화록 삭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측은 삭제된 대화록은 사소한 오류가 남은 '초본'이었고 수정을 거쳐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어떤 단계에서 대통령기록물이 되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삭제된 시점이 대통령기록물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삭제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삭제 지시 있었다면 통치행위?

참여정부 측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다는 당초 보도와는 달리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삭제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화록 작성에 관여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 2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대화록을 삭제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를 실무진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다면 이미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은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려지겠지만 삭제에 가담한 다른 참여정부 인사들은 공범으로 사법처리될 여지가 있다.

또 참여정부 측이 북한과 관계 등을 고려한 대통령의 '통치행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다뤄본 판사가 아무도 없다"면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본다면 사법권이 안 미치는 영역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판사는 "근래 들어 통치행위 개념을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북송금 사건 때도 통치행위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련자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