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간첩' 공무원, 국가보안법 무죄...석방(종합)

탈북자 위장한 화교, 징역 1년에 집유 2년 선고
민변 "국정원 간첩 사건 중요 이정표 될 것"
검찰 "판결문 받아 검토한 뒤 항소하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2일 유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원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여동생이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해 거짓진술을 했다"고 폭로한데 대해 국정원과 유씨 여동생의 대질신문 등에 비추어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술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인 유씨의 여동생 진술 중 일부가 객관적인 증거와 명백히 모순되는 등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중국 국적을 은폐하고 자신의 신분을 북한 공민권자인 것처럼 가장해 2500여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와 대한민국 여권을 부정발급받은 혐의(여권법위반 및 여권불실기재·행사)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유씨가 부정수령한 정착지원금 등 액수가 적지 않고 자신의 국적을 숨기기 위해 적극적이고 치밀한 방법을 사용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탈북 이후 아무런 처벌전력이 없고 자신의 국적이 밝혀질 경우 탈북 이후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이룬 생활터전을 모두 잃고 강제추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민변 측은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로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탈북 경위 등에 관한 조사를 빙자하여 변호인의 조력권 등이 차단된 가운데 간첩수사를 벌이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검찰 측은 "판결문을 받아 검토한 뒤 항소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국내 탈북자 신원정보를 수집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로 탈북 화교 출신인 서울시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씨를 구속기소했다.

북한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의 화교인 유씨는 중국을 경유해 5차례 밀입북하면서 2006년 5월 북한 보위부 공작원에게 포섭돼 탈북자 정보수집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한 혐의를 받았다.

또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아 주거지원금, 정착금 등 총 2565만원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정수령하고 우리나라 여권을 부정발급받아 중국, 독일 등에 12차례 출입국한 혐의도 있다.

재판과정에서 유씨의 여동생이 "국정원의 회유, 협박 끝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탈북자 지위를 이용한 북한의 대남공작은 근절돼야 한다"며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