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오픈 코트'로 소통의 길도 열릴까

'법의 날' 견학 프로그램 등 소통행사 연이어
'행사 안해서 소통 안됐나' 자조적인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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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Open Court)'이라는 기치를 걸고 재판절차 안팎에서 법원은 국민 속으로, 국민은 법원 속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소통의 노력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양승태 대법원장이 새해를 여는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양 대법원장의 말처럼 올해는 유난히 법원 안팎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사법사상 최초로 생중계를 통해 재판과정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재판과 사법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였다.

서울고법도 사상 처음으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직접 찾아가 '캠퍼스 열린 법정'을 열었다.

뒤이어 서울행정법원도 시민사법모니터단, 법학 전공 교수와 학생 등을 법정으로 초대해 '열린 법정' 행사를 가졌다.

이같은 법원의 '열린 법정'은 지난 25일 법의 날을 맞아 더욱 풍성해졌다.

대법원을 비롯한 전국 법원은 지난주 일제히 앞다퉈 '오픈 코트'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법의 날을 맞아 2주일동안 집중적으로 법원 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해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서울고법과 서울북부지법 등에서는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서울고법과 서울가정법원은 교육자를 초청한다고 알려왔다.

또 부산고법과 제주지법에서는 문화공연, 대구지법과 청주지법에서는 수필대회 등도 연다고 홍보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5일 지난해부터 공들여 준비한 '배심원의 날'을 성대하게 열었다.

370여명이 참석한 '배심원의 날' 행사에는 '판사가 들려주는 배심재판의 역사', '국민참여재판의 오늘과 내일 좌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여기에 상당한 비용도 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국 법원에서 앞다퉈 실시한 이런 '소통' 행사들이 정작 국민과 소통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일선 판사들 중에는 '우리가 이런 행사를 안해서 국민과 소통이 안된 것이냐'는 자조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런 행사를 통해 국민과 한걸음 가까워지려는 의도는 좋지만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신경쓰다 보면 판사들의 피로가 더욱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판사들이나 공보판사들 뿐만 아니라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일선 판사들도 "행사에 참여하다보니 판사 본연의 업무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진정으로 바라는 '소통'은 전국 법원에서 앞다퉈 여는 '소통' 행사가 아니라 당사자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열린 마음과 진심 어린 판결이 아닐까.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