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는 집주인, 매수자는 "2억 더 낮춰"…강남권 매물 쌓인다
세 부담 우려에 강남3구 매물 두 달 새 22.7%↑…집값도 하락세
15억 낮은 거래는 "재건축 특수 급매"…내년까지 조정 가능성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45억 원에 매물이 나오면 매수자들은 2억~3억 원을 더 낮춰 부릅니다. 집주인은 팔려고 하는데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거죠."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서 전한 최근 아파트 시장 분위기다. 8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세 부담을 우려해 미리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두 달 새 매물이 20% 넘게 늘었다.
반면 매수자들은 추가 가격 조정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보다 10억 원 이상 낮은 거래까지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재건축 일정에 따른 특수 급매인 만큼 강남권 전반의 급락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둘째 주 이후 9월 셋째 주(21일 기준)까지 7주 연속 떨어졌다. 누적 하락률은 1.69%다.
서초구도 지난달 둘째 주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 1.29% 하락했다. 송파구는 9월 첫째 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강남권 공인중개사들은 세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나오면서 호가도 조정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고가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개편 방향이 공개된 이후 현금 흐름이 없는 은퇴자를 중심으로 주택을 미리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공인중개사 A 씨는 "매도 의사를 밝힌 매물 대부분의 소유자는 은퇴한 60∼70대의 고령층"이라며 "세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미리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3구의 매물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30일 기준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2만 7559개로, 세제개편 발표 직전인 지난달 2일 2만 2469개보다 22.7%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의 증가율이 23.5%로 가장 높았고 송파구(22.8%), 강남구(21.9%)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매물이 늘어난 만큼 거래가 따라붙지는 않고 있다. 집주인은 매도를 원하지만 급하지 않은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호가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서초구 공인중개사 B 씨는 "잠실이나 마포에서 반포 등지로 넘어오려는 수요가 있다"면서도 "급하지 않은 대기자는 호가를 2억~3억 낮춰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보다 많게는 15억 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다만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해당 거래가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나온 급매인 만큼 강남권 전반의 가격 흐름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 107㎡(2층)는 지난 14일 46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면적이 61억 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5억 3000만 원 낮다.
원칙적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다만 신반포2차는 장기간 사업시행인가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거래가 허용됐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마치면 지위 양도가 어렵다.
잠원동 공인중개사 C 씨는 "신반포2차는 10월쯤 사업시행인가 신청 예정이라 급하게 거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대 다른 아파트 단지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세제개편 방향이 정해지는 올해 말까지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는 2028년을 앞두고 내년 하반기까지 처분 매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인중개사 A 씨는 "내년 말까지는 가격이 완만히 하락하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줄어들기 전 매도하려는 물량이 내년 하반기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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