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안 가요"…경매 매물 47% 급증, 감정가 9%에 팔리기도

올해 265건 경매·낙찰률 10.2%…10곳 중 1곳만 새 주인
아파트 사우나 확산 여파…낙찰 후 용도변경도 과제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 신축 아파트에 사는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이사 후 동네 목욕탕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단지 커뮤니티 시설에 마련된 사우나를 이용해서다. 남동생 역시 동네 목욕탕 대신 헬스장 사우나·스파 시설을 즐겨 찾는다. A 씨는 "동네 목욕탕도 찾기 힘든 데다, 목욕탕에 한번 가려면 차 끌고 바구니 들고 지하까지 가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폐업이 늘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목욕탕이 1년 새 47% 급증했지만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매에 나온 목욕탕 10곳 중 낙찰된 곳은 1곳에 불과했고, 7차례 유찰 끝에 최초 감정가의 9% 수준에 팔린 사례도 나왔다.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사우나 등 목욕시설이 들어서고 헬스장 샤워실·사우나 같은 대체 시설도 늘면서 동네 목욕탕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올해 1~9월 경매 나온 전국 목욕탕 265곳, 1년 새 47.2% 급증

29일 부동산 경매·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8일까지 경매가 진행된 전국 목욕시설은 총 265건으로, 전년 동기(180건) 대비 4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목욕탕 평균 낙찰률은 10.2%(265건 중 27건)였다. 경매에 나온 물건 10건 중 1건 정도만 팔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7.8%)보다 7.6%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34.5%로 전년 동기(41.5%) 대비 7%p 하락했다.

거듭된 유찰로 목욕탕 낙찰가가 최초 감정가의 10% 수준까지 떨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경기 안산 단원구 소재 한 목욕시설은 지난달 4일 7번의 유찰을 거쳐 최초 감정가(22억 6000만 원)의 9.3%인 2억 1103만 원에 낙찰됐다.

경남 밀양의 한 목욕탕은 이달 14일 7번 유찰 끝에 2억 45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격은 최초 감정가(22억 4066만 원)의 10.9%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축 단지 사우나·헬스장 샤워실 등 대체재 확산…동네 목욕탕 발길 '뚝'

목욕탕 경매 매물 급증은 폐업 증가와 맞물려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중위생업소 중 목욕장업은 5656곳으로, 2020년(6529곳) 대비 13.4% 감소했다.

목욕탕 이용객은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 당시 집단시설 이용 자제 분위기 때문이다.

이어 대체 목욕시설이 확산하면서 동네 목욕탕 수요 감소세가 이어졌다.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과 헬스장에 샤워실·사우나 시설이 보편화되면서 대체 시설이 크게 늘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요즘 신축 아파트에 사우나·목욕탕이 기본 커뮤니티 시설로 들어가기 때문에 동네 목욕탕의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목욕탕은 현재 경매 시장에서 가장 안 팔리는 물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원은 "대체 목욕시설이 늘면서 동네 목욕탕 수요가 크게 줄어 최근 목욕탕 매물이 늘었다"며 "기존 목욕탕은 이발소나 마사지숍 등을 전대차(전전세) 방식으로 운영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들 임차인까지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목욕시설 내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등 자금 유동성이 막히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목욕탕 매물의 유찰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 데다 다수의 임차인이 있어 용도전환이 쉽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이 선임 연구원은 "목욕탕 안에 여러 임차인이 있는 만큼, 용도전환을 할 경우 기존 내부 시설과 집기를 철거하고 명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주변 상권이 좋더라도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일반 수요자가 낙찰에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