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끊긴 지방, 철도가 잇는다…코레일 '교통망 재편' 착수

여객 취급 중단역·간이역 활성화 검토…해외 사례 조사
열차 시간 맞춰 버스·택시 연결…환승 할인 체계도 재설계

서울 중구 서울역에 KTX가 정차돼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를 중심으로 지역 간 교통체계를 다시 짠다. 시외·고속버스 노선 축소에 따른 약해진 지방의 대중교통 연결망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간이역과 벽지 노선 활성화뿐 아니라 버스·택시·수요응답형교통(DRT) 연계와 환승 운임체계까지 손질해 철도를 지역 교통의 허브 역할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21일 교통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철도 중심 국가간선 네트워크 구축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했다.

시외·고속버스 노선이 잇따라 폐지되면서 철도역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교통 접근성 차이가 벌어지는 점을 고려했다. 철도를 중심에 놓고 지역별 교통수단을 연결해 지방의 지역 내 이동과 지역 간 이동 여건까지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교통 격차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철도가 빠르고 요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버스 이용객이 줄어 터미널이 문을 닫고 노선도 감소하고 있다"며 "고속철도나 철도역이 있는 지역은 싸고 빠르게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마저 사라지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교통 양극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노선 수는 3203개로 10년 전의 4584개에서 1381개(30.1%) 감소했다.

승객 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외버스 일평균 이용객은 54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고속버스도 8만 3000명에서 5만 8000명으로 감소했다.

코레일은 우선 간이역과 여객 취급이 중단된 역과 벽지 노선 활용 방안을 들여다본다. 해외에서 간이역이나 폐지된 역을 다시 활성화한 사례를 조사하고 이용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열차 운행 방식도 지역 특성에 맞게 재편한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를 연계하는 허브앤드스포크(Hub&Spoke) 방식을 강화한다. 광역화한 교통권역을 설정해 각 노선의 기능을 다시 나눌 계획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셔틀 열차와 순환 열차를 도입하고 DRT와 버스 등을 철도역에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열차에서 내리면 '버스·택시' 이용…환승 체계 기준 정립

역을 중심으로 버스와 택시가 열차 운행 시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연계 기준도 마련한다. 열차 출발·도착 시각과 지역 교통수요를 반영해 환승이 끊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광역철도 구간에 일반철도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도 살핀다. 두 철도망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 늘어나는 교통수요에 대응하면서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운행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교통수단 간 환승요금 체계도 손질 대상이다. 코레일은 철도·버스 등 교통수단별 서비스 수준과 운임, 제도 차이를 비교하고 환승 할인 규모와 적용 방식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동 거리뿐 아니라 서비스 수준과 소요 시간 등 이용자가 체감하는 효용가치를 반영한 운임체계 재설계 가능성도 들여다본다.

지역 광역권에서 발생하는 운임 정산 방식도 검토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철도 운영기관, 도로운송사업자 간 운임을 어떻게 배분하고 정산할지 여러 방식을 비교해 장단점을 분석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이번 마스터플랜을 통해 철도 노선과 열차 운행 개선에 그치지 않고 버스·택시·DRT를 함께 묶는 국가 간선 교통망의 밑그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역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등 지역 간 연결성이 약화하는 상황 속을 고려했다"며 "일반열차·연계 교통 활성화 등 철도를 중심으로 한 국가간선 네트워크 체계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 발주를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철도 중심의 교통망 재편에 현실적인 제약도 따른다. 철도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 수요가 뒷받침돼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철도가 충분한 활용성을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장거리 수요가 필요하다"며 "국내 지역 교통 여건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망 확대와 기존 역 되살리기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수요와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