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넉 달…매물 7만건 쌓였는데 거래는 '3분의 1'
5월 '매물 잠김' 우려 뒤집혀…석 달 새 9367건 증가
증여 9개월 만에 최저…대출 규제·세제개편안 관망 겹쳐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한 지 10일로 넉 달이 됐다.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끌어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매물은 실제로 쌓이고 있다. 다만 거래는 중과 시행 직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파는 쪽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사는 쪽이 사라진 '반쪽 효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정부 세제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움직일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10일 양도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4년 만에 되살렸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p), 3주택 이상은 30%p가 각각 더해진다. 최고 세율은 75%까지 오른다. 5월 9일까지 계약을 마치고 4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넘긴 경우는 중과 대상에서 빠진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799건이다. 6월 6일 6만 1432건과 비교하면 석 달 새 9367건(15.2%) 늘었다.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더 가파른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6만 7819건이던 매물은 이달 9일 7만 799건으로 열흘 남짓 만에 2980건(4.4%) 불어났다. 이달 1일 6만 7382건과 비교해도 8일 만에 3417건이 늘었다.
중과 시행 전후인 5월만 해도 시장의 화두는 매물 잠김 여부였다. 8만 건대였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 건대 수준으로 주저앉으면서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버티기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난 지금은 흐름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중과 시행 직후 나타났던 매물 잠김 현상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문제는 늘어난 매물이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일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776건에 그쳤다. 7월 5800건의 약 48% 수준이다. 4월 8659건, 5월 8962건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6월은 5289건이었다.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인 만큼 최종 집계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는 흐름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거래 급감의 원인을 양도세 중과 하나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매수 여력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여기에 세제개편안이 확정되지 않다 보니 매도자도 매수자도 서둘러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세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거래가 멈춰 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물은 늘었지만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 않고, 증여도 줄어든 관망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관망을 길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여세는 증여 당시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고가주택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늦게 움직이는 쪽이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정부안이 발표됐지만,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최종 형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어 매수·매도자 간 희망가 격차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거래 냉각 및 위축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을·겨울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방은 세제개편안 확정 시점과 통화 당국의 추가 금리 결정 여부, 그리고 가을 주택임대차 시장의 불안 강도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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