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집도 '공공'이 사들인다…원하는 곳·물량 확보는 난제

주택용지 5000억 규모 매입…주택 매입 시스템도 마련
대규모·핵심지 확보 관건…"활용도 낮은 땅만 몰릴 수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토지를 직접 사들이고, 주택까지 매입하는 '공공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하락한 주택을 대량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작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 입지와 우량 물량을 원하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부터 수급조절용 공공비축토지 매입에 나선다. 정부가 수급조절용 토지 매입 제도를 실제 가동하는 것은 17년 만이다.

주택 공급에 필요한 택지가 부족해지면서 민간이 보유한 토지를 정부가 직접 사들여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입 대상은 수도권 내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3300㎡ 이상 토지로, 확보한 토지는 향후 시장 상황과 주택 수요 등을 고려해 공공주택 공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토지뿐 아니라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토지와 주택을 직접 확보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주택 재고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토지를 미리 확보해두면 향후 주택 공급이 필요한 시점에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실제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입지와 규모의 토지·주택을 적정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느냐다. 도심에서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도 향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땅을 감정평가액 수준에 매각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LH는 2명의 감정평가사업자가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내에서 토지 소유자와 협의해 매입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감정평가액과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가지고만 있어도 가치가 올라갈 땅을 누가 감정평가금액 수준에서 판매하겠느냐"며 "결국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토지 위주로 신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핵심 입지의 토지를 매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 사정이 어렵더라도 다른 자산부터 처분하면서 버티려 하지 핵심 입지를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핵심 입지는 물론 실제 아파트 공급으로 이어질 만큼 규모가 큰 토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사실상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위치의 토지는 매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며 "차라리 민간에서 해당 토지에 서둘러 착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 불안에 대비해 공공이 토지를 꾸준히 비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물론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의 토지는 구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시장 불안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꾸준히 매입해 둘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