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쪼개 공급 속도 낸다는데…173조 부채 개발·자산공사 어디로

개발·주거복지 기능 분리…국토부 연내 'LH 개혁방안' 발표
자산공사 자본 배분·개발이익 환류 규모가 성패 가를 듯

LH 진주 본사.(LH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3일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리 배경에는 '주택공급'이 있다. 하나의 기관이 신속성과 재무성과가 요구되는 개발 업무와 공공성이 우선인 주거복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주택공급 속도가 저하되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다만 LH가 안고 있는 173조 7000억 원의 부채를 두 공사에 어떻게 나눌지가 관건이다. 개발 부문의 부채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주거복지를 맡을 자산공사에 임대 관련 부담이 집중될 경우 정작 공공임대 공급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연내 LH 개혁방안을 내놓는다. 이 방안은 전날(3일) 정부가 발표한 LH 조직별 기능 개편안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LH 분리와 관련, 큰 틀을 발표했다.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맡는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담당하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각각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고, 개발공사가 거둔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해 기금이 자산공사에 출연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두 공사에 자산과 부채를 어떤 비율로 나눌지, 개발이익을 얼마나 환류할지 등 재무 개편의 핵심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李 "부채비율 낮추면 금융 조달 원활해질 것"…재무구조 개선해 주택공급 '속도'

정부가 분리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재무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39.0%에서 올해 250.5%, 2028년 262.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제약되고, 토지보상과 택지 조성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조직을 분리해 부채비율을 낮추면 금융 조달이 지금보다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H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쳐 출범했다. 당시 통합의 명분 중 하나도 부채 문제 대응이었다. 17년 만에 같은 이유로 다시 쪼개지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9.3 ⓒ 뉴스1 허경 기자
'부채 공룡' LH 임대주택 관련 부채 어디로…자산공사 재무여력 관건

관심사는 부채의 향방과 자산공사의 손익 구조다.

LH의 총부채 173조 7000억 원 가운데 100조 원가량은 임대주택 관련 부채로 추정된다. 개발공사의 부채 부담을 덜어내려면 임대주택 관련 자산과 부채를 자산공사에 어느 정도 넘길지가 관건이다. 두 기관으로 나눈다고 기존 LH가 안고 있던 부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LH의 임대주택 운영손실은 2016년 1조 1706억 원에서 2024년 2조 8311억 원으로 불어났다. 공공임대 1가구당 실사업비는 3억 6500만 원인데 정부지원단가는 2억 1100만 원에 그쳐, 차액 1억 5000만 원은 차입으로 메워야 한다. 가구당 부채가 2021년 1억 7900만 원에서 지난해 2억 8800만 원으로 4년 만에 60.9% 늘어난 이유다.

그동안은 LH가 개발이익으로 이 손실을 내부에서 상쇄해 왔지만, 분리 이후에는 개발이익을 기금을 거쳐 자산공사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개발이익 환류 규모에 따라 자산공사의 주거복지 여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빌라 밀집 지역. 2026.5.22 ⓒ 뉴스1 권현진 기자
정부 "개발공사 이익, 기금 별도 계정에 적립해 환류 구조 설계"

정부는 개발공사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이 자산공사에 출연하는 환류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이익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커지고 침체기에 줄어드는 반면 임대주택 수요는 반대로 움직인다. 재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가장 적게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출연의 주된 재원인 주택도시기금도 여유자금이 2021년 말 49조 원에서 2024년 3월 13조 9000억 원까지 줄었다.

향후 개발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을 자산공사가 넘겨받는 구조가 마련될 경우 인수가격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원가 수준에 넘기면 개발공사의 수익성이 낮아져 분리 취지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줄고, 시세에 가깝게 넘기면 자산공사의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LH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산 이전이 두 법인 간 거래로 바뀔 경우 이전 방식과 가격 기준을 둘러싼 조율도 필요해진다.

부동산 업계는 개발공사의 재무 여력과 주거복지 재원이 개발이익이라는 하나의 재원을 나눠 갖는 구조여서 두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공사에 임대자산과 함께 얼마만큼의 자본을 넣어줄지, 개발이익의 몇 %를 어떤 방식으로 환류할지가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더욱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 개편안은 LH 개혁방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