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두 회사' 분리안에 내부 술렁…"일방적·밀실 개혁" 반발

구체적 분리안 사전 공유 없어…"예상보다 변화 폭 커"
소속·성과급도 걱정…"주거복지 수익처 없어"

LH 본사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졸속, 일방적, 밀실 개혁", "정부에서는 역대 최대 물량을 발표하고 늘어나는 부채는 LH 잘못으로 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능 재편 방안이 공개되자 노동조합이 내놓은 반응이다.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나누는 대규모 조직 개편안이 구체적인 사전 공유 없이 발표되면서 직원들의 당혹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3일 LH를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담당하는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맡는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내놨다.

LH 개편 방향이 9월 중 공개될 것이라는 점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리 방식은 이날 공공기관 이전 관련 기자회견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직이 두 개 기관으로 갈라지는 만큼 직원들의 소속과 업무까지 달라질 수 있지만, LH 내부에서는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분리 방식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H의 한 직원은 "9월 중 개편안이 발표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갑자기 이렇게 공개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직원들의 근무처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의 큰 변화라면 최소한 내부적으로 협의를 함께 해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발표 직후 강한 표현을 쏟아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조 측은 "아무런 설명 없이 LH 개혁 방안을 졸속, 일방적, 밀실로 추진했다"며 "정부에서는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에는 공급 기능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정부가 그동안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공급 속도 제고를 강조했던 만큼 조직을 크게 개편하면 오히려 공급 업무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있었다"며 "개편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예상보다 변화 폭이 커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효수 LH 노조위원장은 "혁신과 개혁을 여러 번 거친 LH는 정부의 계획 대비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적이 없다"며 "정부에서는 역대 최대 물량을 발표하고 늘어나는 부채는 LH 잘못으로 본다.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또 개혁으로 주택 공급 동력을 잃게 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관심은 향후 소속에도 쏠린다. 개발과 주거복지의 업무 성격이 크게 다른 만큼 현재 담당 업무에 따라 근무 기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급 문제도 민감한 부분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매년 재무성과와 주요 사업,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된다. 종합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LH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수년간 성과급을 받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주거복지 기능을 맡게 될 주택도시자산공사에 임대주택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집중될 경우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일부 직원들의 우려다.

LH의 한 직원은 "자산공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좋을 수가 없다"며 "수익 사업이 없기 때문에 재무 여건이 악화하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주택도시자산공사의 운영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자체적으로 메울 수 있는 수익원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LH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로 나누겠다고 했지만 복지 업무의 경우 수익처가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공단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다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담당 업무에 맞춰 소속 기관을 선택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LH 관계자는 "복지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갑자기 개발 업무를 맡게 되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개발 업무를 해온 직원이 주거복지 업무로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인 만큼 자신의 기존 업무에 맞춰 소속 기관을 선택하려는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