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고급주택 '8m 높이' 논란…건축허가 적법성 4대 쟁점
급경사지 지표면 산정·전면도로 설정 놓고 해석 공방
공공도로 매각·지하층·옥상도 쟁점…건축허가 무효소송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 한남동의 한 고급주택을 둘러싼 갈등이 당초 알려진 한강 조망권 문제를 넘어 건축허가의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급경사지에 들어선 이 주택이 제1종전용주거지역에 적용되는 '2층·높이 8m 이하'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놓고 지표면 산정과 전면도로 설정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8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논란이 된 주택은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지역은 자연환경과 주거 개발의 조화를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고도를 제한하는 풍치지구에 속해왔으며, 현재도 제1종전용주거지역이면서 자연경관지구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시 건축조례에 따라 제1종전용주거지역의 주거용 건축물에는 원칙적으로 2층 이하, 높이 8m 이하의 기준이 적용된다.
논란은 허가도면상 지상 2층인 건축물이 실제 현장에서는 인근 주택보다 상당히 높은 규모로 보이면서 시작됐다. A 회장 측은 건축물 높이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지표면과 전면도로 기준이 적정하게 적용됐는지 문제를 제기했고, 용산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건축물 높이를 둘러싼 첫 번째 쟁점은 지표면 산정 방식이다.
해당 부지는 남측과 북측 도로 사이에 상당한 고저차가 있는 급경사지다.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는 지표면에 고저차가 있는 경우 건축물 주위가 접하는 각 지표면 부분의 높이를 수평거리에 따라 가중평균한 높이의 수평면을 지표면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또 고저차가 3m를 넘는 경우에는 일정 구간마다 지표면을 나눠 산정하도록 규정한다. 경사진 대지에서는 각 구간의 지표면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법정 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
A 회장 측은 허가도서상 3m마다 지표면을 구분했지만, 각 지점의 높이를 가중평균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구간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A 회장 측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허가도서상 높이 3m마다 지표면을 구분해 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각 지점의 값을 평균해 적용하지 않고 사실상 가장 높은 구간의 지표면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허가도서에 기재된 지표면이 실제 지형과 건축법령에서 정한 산정 방식에 부합하는지가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축물 높이 산정에 적용한 전면도로 역시 쟁점이다.
해당 대지는 남측과 북측에서 각각 도로에 접해 있다. 남측에는 리움미술관 방향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넓은 도로가 있고, 북측에는 폭이 좁은 막다른 형태의 도로가 있다. 두 도로 사이에는 상당한 고저차가 존재한다.
건축법령은 대지가 도로에 접한 경우 건축물 높이를 산정할 때 전면도로를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어느 도로를 전면도로로 보고 높이를 산정했는지가 건축허가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또 다른 요소로 거론된다.
A 회장 측은 폭이 좁고 고도가 높은 북측 도로를 기준으로 건축물의 1층과 높이를 산정한 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남측 도로에서 바라볼 경우 신축 주택의 골조가 주변 주택보다 상당히 높게 드러난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관련 규정의 적용을 놓고 용산구와 서울시의 설명에도 차이가 있다.
용산구는 서울시 건축조례에 제1종전용주거지역의 별도 높이 기준이 마련돼 있는 만큼 해당 조례에 따른 지표면 기준을 충족했다면 건축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해당 조례가 별도의 높이 제한을 정한 것이지 건축법 시행령상 일반적인 건축물 높이 산정 기준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해당 건축물의 높이 산정에는 서울시 조례뿐 아니라 건축법 시행령상 일반적인 높이 산정 기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건축물 높이뿐 아니라 주택 주변 공공토지의 처리 과정도 논쟁거리다.
용산구는 2022년 11월 해당 주택 북측에 접한 143㎡ 규모의 도로를 용도폐지한 뒤 건축주인 B 회장 측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약 27억 원으로 알려졌다.
용산구는 해당 도로가 통행량이 많지 않은 막다른 골목인 데다 약 15m의 고저차로 사실상 도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이에 관련 절차를 거쳐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A 회장 측은 해당 토지가 신축 주택과 맞닿아 있었고, 매각 결과 건축부지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처분 과정과 건축허가의 연관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물 내부 공간의 구성과 옥상 시설도 추가적인 논점으로 제기됐다.
해당 주택은 지하층을 단독주택의 부속용도로 계획하고 전기실과 비상발전기 등 설비공간을 배치하는 내용으로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법 제53조는 단독주택의 지하층에 거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초 허가 당시 문화 및 집회시설의 전시장으로 계획됐던 지하 1층은 이후 용도 변경을 거쳐 단독주택의 부속용도로 바뀌었다.
A 회장 측은 설비공간의 규모와 일부 공간의 명칭·배치 등을 근거로 실제 사용 단계에서 허가 내용과 부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실제 사용 형태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옥상부 승강기탑과 계단탑 역시 건축물 높이와 층수 산정에서 관련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추가 쟁점이다.
장애인용 승강기탑의 경우 관련 기준에 따른 활동공간 확보 여부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 상태다.
건축주인 B 회장 측과 용산구는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라 건축허가와 도로 처분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주택 시공사 역시 설계도면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 건설 관계자는 "건축물의 높이나 구조 등은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 아니라 확정된 도면에 따라 시공한다"고 말했다.
설계를 담당한 설계사무소에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반면 A 회장 측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조망권 문제가 아닌 건축허가 과정의 적법성 문제로 보고 있다. 건축물 높이와 지표면 산정, 전면도로 설정 등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용산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 회장 측은 "이번 문제 제기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지역의 규범과 공동체의 기본 상식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웃 간 신뢰와 공존의 가치를 지키면서 관련 법규에도 적법하게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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