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달라"는 집주인들…실거주 전환에 전세난 '이중 압박'

세제개편 발표 후 서울 전세 매물 557건 감소
집주인 입주에 공급 줄고 퇴거 세입자는 수요로…가을 이사철 불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전세시장의 매물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실거주 중심 세제개편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입주를 검토하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면서다.

집주인이 들어가는 주택은 전세시장에서 빠지고, 퇴거 통보를 받은 세입자는 다시 전셋집을 찾아야 한다. 실거주 전환이 전세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전세 수급을 이중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주인 들어오자 세입자는 새 전셋집으로…매물 2.6%↓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달 21일 기준 2만 521건으로 세제개편 방안 발표 직전인 지난 2일 2만 1078건과 비교해 557건(2.6%) 줄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주택 관련 세제 혜택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임대 중인 주택에 직접 입주할 경우 세 부담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따져보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세입자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직접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세 계약을 1년 넘게 남겨 놓은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세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물어왔다"며 "2년 계약이 끝나면 갱신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전세시장에 두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기존 전세주택 한 채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퇴거해야 하는 세입자는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집주인이 직접 들어오겠다며 퇴거 요청을 받은 세입자가 다른 매물을 찾고 있다"며 "교육과 직장 문제 때문에 동일 단지 내 전세로 이동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약 1만가구에 달하는 송파 헬리오시티에서도 전세 매물은 많지 않다. 전셋값 역시 오름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이달 보증금 13억 50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매물은 14억 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3885가구 규모의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전용 84㎡가 11억 5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난 1월 같은 면적의 10억 2000만 원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1억 3000만 원(12.7%) 오른 금액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세입자가 고민하는 사이 집주인이 호가를 2000만~3000만 원씩 더 올리고 있다"며 "집을 직접 보지도 않고 일단 계약금을 입금하겠다는 세입자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붙어있는 아파트 매매 안내문. 2026.8.21 ⓒ 뉴스1 박세연 기자
실거주에 계약갱신까지…신규 전세 '이중 잠김'

전세 매물을 줄이는 요인은 실거주 전환만이 아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속 거주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신규 물량도 제한되고 있다.

입주 3년 차에 접어든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2년 전 체결한 전세 계약 대부분이 갱신으로 이어졌다"며 "신규 전세 매물 1~2건은 기존 세입자가 내 집 마련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이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전세 공급 부족에 실거주 전환까지 더해질 경우 가을 이사철을 앞둔 서울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36.1로 지난 4월 이후 넉 달 연속 130선을 웃돌았다. 전세가격전망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이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보다 많다는 의미다.

특히 실거주 중심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임대 중인 주택을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선택이 전세시장의 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 물량은 실거주 의무 강화 이후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서울 입주 물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