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 홍콩·베를린도 공원 개발 '진통'…용산공원 해법은

홍콩, 공원 변두리 개발 추진하다 반발에 철회…찬성 28% 그쳐
베를린 4700가구 계획도 주민투표서 좌초…정부·서울시 평행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을 두고 연일 충돌하면서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가용지가 부족한 정부는 용산공원 일부라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극심한 주택난을 겪은 홍콩과 독일 베를린에서도 비슷한 논쟁 끝에 공원 개발 계획이 무산된 전례가 있어 공급 확대와 녹지 보존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1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 시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평행선이었다"며 "본체 부지는 물론 일정 부분의 제한된 면적이라도 주거 용도로 활용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산공원 전체를 주거지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녹지 기능이 훼손된 일부 부지를 중심으로 청년주택 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장관도 앞서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국유지인 용산공원도 공급 후보지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이 서울 도심 녹지축의 핵심인 만큼 일부라도 주거용으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번 개발을 허용하면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공급 확대와 공원 보존의 충돌은 해외에서도 반복됐다. 국가·도시마다 공원의 법적 성격과 개발 여건은 다르지만 주택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 녹지를 주택용지로 활용할지를 놓고 사회적 논쟁을 겪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홍콩 타이람 컨트리파크 공원 단풍나무 숲 일대 (홍콩 관광청 홈페이지 갈무리)
주택난 홍콩도 공원 개발 무산…베를린은 주민투표까지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은 홍콩이다.

홍콩 정부는 2017년 타이람·마온산 컨트리파크 변두리 부지 각각 20만㎡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홍콩주택협회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해 공공임대와 노인주택 등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당시 홍콩 정부가 공원 개발을 검토한 배경 역시 심각한 주택난이었다. 도심에서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컨트리파크 전체가 아닌 변두리 일부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전체 컨트리파크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극히 일부였지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반발은 거셌다. 이들은 일부 개발을 허용할 경우 다른 보존구역으로 개발 압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이른바 '미끄러운 경사길 효과'를 우려했다.

결국 홍콩 정부는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계획을 접었다. 당시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8%만 개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베를린 지방정부는 2011년 옛 공항 부지인 템펠호프 공원 외곽에 47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다. 주택난에 대응해 외곽 일부를 개발하는 대신 공원 대부분은 녹지로 유지하는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100% 템펠호프'를 결성하는 등 반대 운동에 나섰고 약 19만 명의 서명을 모아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2014년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유권자의 65%가 개발에 반대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두 사례 모두 용산공원과 개발 여건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또 계획이 무산됐다는 사실만으로 공원 일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의 타당성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심각한 주택난에도 공원 개발은 공급 효과와 녹지의 공공적 가치, 주민 수용성을 함께 따져야 하는 문제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급이냐 보존이냐…전문가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용산공원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 역시 주택 공급의 필요성보다는 공급을 위해 공원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가용부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서울시는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녹지 기능을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부지 일부라도 주거 용도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동의한다면 서울시장이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가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주택 공급에 따른 편익과 공원 개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원은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데 아파트를 짓는 순간 특정 주민들의 공간으로 성격이 바뀐다"며 "용산공원 일부를 개발해 주택을 지어도 공급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 개발을 일부 허용하면 다른 녹지에도 개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과거 특별법을 통해 부지를 보존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려면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