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은 '교통대란', 권영세는 '대체부지'…정부 '닥공'에 맞불

"2만가구 들어서면 도로는 주차장"…토지 정화에도 수년 필요
국군재정관리단·외교부 주차장·한은 직원 숙소 등 대체지 제안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8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서울 용산구)과 용산공원 및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공급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18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야당이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공급 구상에 맞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을 검토하며 '닥공'(닥치고 짓자) 기조를 강조하면서다.

오 시장은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대란을 경고하고 야당은 대체부지를 내놓으며 정부 구상에 맞불을 놓고 있다. 20일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이 예정됐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용산공원 개발에 '교통대란' 맞불…야당은 대체부지 제시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18일) 오 시장은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대란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용산공원에 1만 가구 정도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교통 부하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까지 더해져 2만 가구 정도의 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도로는 주차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13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경기 남양주·광주 등 3곳에 약 2만 7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추가로 7만 3000가구 이상이 들어설 신규 택지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용산공원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김 장관 역시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며 "원칙은 닥치고 짓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는 20일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만으로 용산공원 본체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체 일부를 주거용지로 활용하려면 추가적인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다만 정부가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 공급을 추진할 경우 서울시가 법적으로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게 서울시 안팎의 판단이다.

이에 서울시는 법적 대응보다 실제 사업 과정에서 불거질 교통·기반시설·환경 문제를 부각해 정부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전력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구축 과정에서 서울시와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국토교통부가 법률에 근거해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전력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문제를 서울시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도 용산공원 내 아파트 공급 철회 요구에 가세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용산공원을 대체할 부지를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용산구 내에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우선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권 의원은 국군재정관리단 부지와 외교부 주차장, 후암동 한국은행 직원 숙소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와 야당이 교통대란 우려와 대체부지를 제시한 것은 정부의 용산공원 활용 명분을 약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 도심에 공급할 땅이 부족해 용산공원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맞서 다른 공급 수단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권 의원은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녹지와 도시 설계 측면에서 의미가 큰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2026.8.16 ⓒ 뉴스1 이종수 기자
정부 '속도전' vs 서울시 '임기 내 착공 불가'

오 시장은 정부가 강조하는 '공급 속도전'과 용산공원 개발에 필요한 현실적인 시간표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파고들었다. 미군으로부터 부지가 모두 반환되지 않은 데다 토양오염 정화까지 수년이 걸려 단기간에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 공원 부지 반환 이후 부지의 오염토 정화가 가능하다"며 "현 정부 내 착공할 수 있는 물량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기존 도심의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 완화 △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 비율 현실화 등을 건의했다.

양측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20일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한다. 용산공원 활용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구체적인 공급안을 내놓을지, 서울시가 대체부지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맞설지가 관건이다.

오 시장은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침이 정해진 것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용산공원 전체 가운데 어느 부지를 상정하고 있는지 분명히 묻겠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