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美 SMR 설계 따낸 DL이앤씨…760조 시장 선점 나섰다

[해외건설 판이 바뀐다]④ 표준화 설계 최초 수주
LNG·수소 발전까지 확대…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편집자주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해외건설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수주가 급감하면서 특정 지역에 의존한 해외사업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반면 중동 재건사업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장 다변화와 원전·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뉴스1은 달라지는 해외건설 시장의 판세와 K-건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딩카 바티아(Dinkar S. Bhatia) 엑스에너지 CCO(최고영업책임자, 왼쪽 다섯째)와 배종식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부본부장(왼쪽 여섯째)이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SMR 표준화 설계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DL이앤씨 제공)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DL이앤씨(375500)가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의 표준화 설계를 맡으며 7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랜트와 대형 원전에서 축적한 설계·시공 역량을 앞세워 미국을 비롯한 해외 SMR 사업과 친환경 발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MR 표준화 설계는 발전소 내 주요 설비의 배치와 연결 구조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반복 생산이 가능한 설계 체계를 구축해 제작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SMR 상용화를 위한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가 SMR 개발사로부터 직접 대가를 받고 표준화 설계를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L이앤씨는 플랜트 설계 역량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설계를 완료할 계획이다. 완성된 설계는 2030년 가동 예정인 엑스에너지의 첫 번째 SMR 발전소를 시작으로 후속 프로젝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미국 SMR 시장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기업이 향후 사업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표준화 설계 수행을 통해 후속 프로젝트 참여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AI 전력 수요 증가…SMR 시장 성장 기대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제조업 리쇼어링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한 SM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MR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다양한 부지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은 2035년 세계 SMR 시장 규모가 약 5000억 달러(약 7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DL이앤씨는 지금까지 전 세계 19개국에서 총 51.5GW 규모의 발전 플랜트를 시공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드물게 발전소 기본설계 역량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골든 트라이앵글 폴리머스 프로젝트'(GTPP)를 수행하며 현지 사업 경험을 축적했다.

원전 분야에서도 한빛 5·6호기, 신고리 1·2호기 주설비 공사를 비롯해 한울 1·2호기와 3·4호기, 한빛 5·6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공사 등을 수행했다. 특히 원전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교체 분야에서는 국내 최다 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 산 부에나벤투라 화력발전소.(DL이앤씨 제공) / 뉴스1 ⓒ News1
美 엑스에너지와 협력…미국·해외 SMR 시장 공략

DL이앤씨는 2023년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는 4세대 SMR 개발사로, 고온가스로(HTG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엑스에너지의 주요 투자사인 아마존은 2039년까지 5GW 규모의 SMR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화학기업 다우(Dow), 영국 에너지기업 센트리카(Centrica) 등과 함께 11GW 이상의 사업 계획을 확보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한·미 원자력 혁신 라운드테이블에 엑스에너지와 함께 참석하며 협력을 이어갔다. 또 필리핀 최대 전력회사 메랄코(Meralco)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SMR 도입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은 원전 재도입 정책을 추진하며 SMR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장이다. DL이앤씨는 현지에서 15건의 플랜트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한 현지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몽스타드 정유공장 부지의 SMR 건설 타당성 조사도 완료했다. 국내 건설사가 노르웨이에서 원전 관련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첫 사례로, 유럽 SMR 시장 진출 가능성도 확인했다.

LNG·수소 발전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

DL이앤씨는 SMR뿐 아니라 LNG·수소 기반 발전 분야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총사업비 5500억 원 규모의 동제주 복합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발전소에는 향후 청정수소 연료 사용이 가능한 터빈이 적용돼 장기적으로 수소 연료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면서 복합발전과 발전소 현대화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에쓰오일 열병합발전소, 부천 열병합발전소, 분당 복합화력발전소 현대화 사업 등을 수행하며 친환경 발전 분야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DL그룹은 DL이앤씨를 중심으로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확보하고, DL에너지를 통해 발전사업 개발과 금융조달,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연결하고 있다. 여기에 대림의 물류·트레이딩 역량을 더해 에너지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DL이앤씨는 SMR과 복합발전을 양축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DL에너지는 현재 미국에서 가스복합발전소를 투자·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민간 에너지 개발사로 해외 에너지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