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면 보유세, 팔면 양도세…강남 고령 1주택자 '진퇴양난'

장기거주공제 2029년 최대 10억 제한…양도세 최대 4배 이상↑
종부세 공제도 축소…'자산 부자·현금 빈곤층' 사각지대 우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으로 서울 강남권 고령 1주택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 거주 고령자는 앞으로 집을 계속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커지고, 은퇴 후 집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 해도 양도소득세(양도세) 부담까지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수십 년간 한 집에 거주하며 집값이 오른 고령층이 오히려 '자산 부자·현금 빈곤층'이라는 세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 전문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5억 원에 주택을 취득해 75억 원에 매각하는 1주택자(10년 보유·10년 거주)의 양도세는 현행 3억 1600만 원에서 2029년 13억 7300만 원으로 약 4.3배 늘어난다.

양도세 3억→13억…장기거주 공제 10억 상한

6일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공제받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가장 큰 변화는 공제액 상한이 신설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금액 제한 없이 공제받을 수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공제액은 2028년 최대 20억 원, 2029년부터 최대 10억 원으로 제한된다. 같은 80% 공제율을 적용받더라도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은 실제 공제액이 상한에 묶이게 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거주 40%와 보유 40%를 합한 80%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필요경비 등을 반영한 장기보유특별공제액은 33억 6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동일한 사람이 2029년 거주 공제율 80%를 적용받더라도 장기거주공제액이 10억 원 한도에 묶인다.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일수록 공제액이 줄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강남권 1주택자 가운데 과거 비교적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해 20~30년 이상 거주한 고령자가 적지 않다. 현재 소득이나 금융자산은 많지 않더라도 장기간 집값이 오르면서 양도차익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실거주해 집값 상승 폭이 큰 고령자일수록 현행 제도보다 세 부담 증가 폭이 커지는 셈이다.

신만호 압구정 중앙리얼티 대표는 "그동안 장기 보유에 따른 양도세 혜택이 컸다"며 "앞으로는 상당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미리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4 ⓒ 뉴스1 김도우 기자
보유세 1788만→4615만 원…계속 살아도 부담

세무 전문가의 시뮬레이션 결과 공시가격 50억 원 주택에 10년간 거주한 70세 이상 1주택자의 보유세는 현재 1788만 원에서 내년 3261만 원, 2028년 4615만 원으로 늘어난다. 2년 만에 약 2800만 원 증가하는 셈이다.

매도 대신 계속 보유해도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 종부세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에도 금액 한도가 신설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1가구 1주택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게 각각 세액공제를 적용해 합산 최대 80%까지 종부세를 줄여준다. 공제액 자체에는 별도의 금액 상한이 없다.

정부 개편안은 세액공제에 금액 한도를 신설했다. 내년부터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액은 최대 800만 원으로 제한된다. 2028년부터는 최대 600만 원으로 낮아진다.

연금 외 별도 소득이 없는 고령자는 매년 최대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유세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집값은 올랐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소득이 부족한 이른바 '자산 부자·현금 빈곤층'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고령자들은 적절한 시점에 집을 팔아 작은 평형으로 옮긴 뒤 남은 돈을 생활비로 쓰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2년 안에 계속 보유할지, 매도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권 고가주택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영향으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도에 나서더라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보유세와 양도세가 모두 강화되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은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장기 거주 고령층은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