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친구도 서울에"…양도세 절반 깎아줘도 7080 고령층 '머뭇'
65세 이상 비수도권 이전 땐 양도세 최대 50% 감면 혜택
종부세 부담에도 생활권 포기 고민…매물출회 효과 제한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가 만 65세 이상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최대 50% 감면하는 카드를 꺼냈다. 서울 고가주택 보유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매물을 늘리고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의료와 생활권, 자녀와의 거리, 향후 집값 상승 기대 등을 고려하면 세제 혜택만으로는 서울을 떠나는 고령층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기대하는 서울 고가주택 매물 출회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전날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65세 이상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세를 최대 50% 감면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번 제도는 수도권에 집중된 고가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서울 도심의 매물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장기간 서울에 거주한 고령층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세 부담을 덜어줘 주택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과 양도세 감면을 병행하면 서울 고가주택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이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층에게 주택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생활권, 가족과의 거리, 지역 커뮤니티가 모두 결합된 생활 기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고가주택 보유자는 향후 집값 상승 기대도 여전히 커 지방 이전보다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 분석에 따르면 강남3구 집합건물 소유자 80만 6613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38만 6224명으로 전체의 47.9%를 차지한다. 상당수가 은퇴 이후에도 서울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세제 인센티브만으로 주거지를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70대 A 씨도 지방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세제개편 보도를 통해 자신의 종부세 부담이 현행 1194만 원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시 약 2620만 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 씨는 "세금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건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서울 집을 팔고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며 "병원도 서울에 있고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 자녀들도 모두 서울에 있는데 세금 때문에 생활권을 옮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보다 서울을 떠나면서 감수해야 할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방 이전보다 보유를 유지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선택이 더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가주택을 처분하면 다시 서울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향후 집값 상승 기대도 남아 있어 매도보다 보유나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부 매물은 나올 수 있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고령층은 병원과 생활권, 가족과의 거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지방 이전보다 보유나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