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줄었는데 분당은 급증…대통령도 활용한 '셀러 파이낸싱'

성남 셀러 파이낸싱 44.8% 증가…분당은 236.6% 급증
사업시행자 지정 앞두고 거래 몰려…대출 규제가 확산 부추겨

경기 성남시 정자동 아파트 단지. (항공촬영협조 : 경기 북부 경찰청 박형식 경감, 김용옥 경위)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경기 성남 분당에서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에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전 조합원 지위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6개 광역시도·238개 시·군·구 매도인 근저당권 설정 거래(셀러 파이낸싱)'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성남시의 셀러 파이낸싱 거래는 5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70건)보다 44.8%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전국 거래는 같은 기간 5만 6217건에서 4만 6311건으로 17.6%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거래가 줄어드는 흐름과 달리 성남은 증가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증가세는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한 분당구에서 더욱 뚜렷했다. 6월 분당구의 셀러 파이낸싱 거래는 101건으로 전달보다 54.9%,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6.6% 각각 증가했다.

업계는 재건축 사업 본격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만큼, 지정 전에 거래를 마치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분당에서는 샛별마을과 양지마을, 목련마을 등이 최근 사업시행자 지정을 완료했다.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거래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돼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정 전 거래를 서두르는 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강화된 대출 규제가 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분당은 15억 원을 웃도는 고가 아파트가 많아 매수자가 10억 원 안팎의 자기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현재는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권 대출만으로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매도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해 잔금 일부를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이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당구 수내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에는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집주인들이 매도를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며 "매수자는 대출이 막혀 자금이 부족하고, 현금 여력이 있는 매도인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셀러 파이낸싱을 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 분당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셀러 파이낸싱 방식을 활용한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종양 의원은 "정부가 대출을 틀어막아 부동산 실수요자들이 매도인에게 손을 벌리는 기형적 거래로 내몰리고 있다"며 "당장 집을 팔아도 주거 걱정이 없고 현금이 아쉽지 않은 사람만 활용할 수 있는 셀러 파이낸싱을 정작 규제를 쏟아낸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 활용한 자가당착 앞에서 어느 국민이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