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20년 만에 최저…중동 위축에 원전 기저효과까지

[해외건설 판이 바뀐다]① 상반기 112.8억달러·전년比 63.6%↓
중동 재건·원전·데이터센터 기대…지정학 불안은 하방 변수

편집자주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해외건설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수주가 급감하면서 특정 지역에 의존한 해외사업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반면 중동 재건사업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장 다변화와 원전·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뉴스1은 달라지는 해외건설 시장의 판세와 K-건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라스 타누라 정유소 및 석유 터미널 전경. 2018.5.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112억 8000만 달러에 그치며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중동 지역 주요 사업의 발주가 지연된 데다 지난해 실적을 끌어올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친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 310억 1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수주액은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체코 원전 수주를 제외하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하반기 중동 재건사업과 원전, 데이터센터 등 신시장 수주가 실적 반등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체코 원전 빠지자 112.8억달러…유럽·중동 급감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6% 감소한 112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8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한 2006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243개사가 78개국에서 총 286건을 수주했다. 수주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258건보다 늘었지만, 대형 프로젝트가 줄면서 전체 수주액은 크게 감소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체코 원전 수주를 제외한 실적과 비교하면 올해 수주액은 지난해의 91.6% 수준"이라며 "사실상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에 역대급 수주 실적을 거두더라도 연간 수주액이 최근 5년 평균인 358억 5000만 달러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실적을 이끌었던 유럽과 중동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196억 8000만 달러였던 유럽 수주액은 올해 4억 1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중동 수주액도 같은 기간 55억 7000만 달러에서 12억 7000만 달러로 줄었다.

아시아 시장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선전했다. 베트남 수주 증가에 힘입어 아시아 전체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특정 지역과 대형 사업에 쏠린 해외 수주처를 다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84억 7000만 달러로 전체 수주의 75.1%를 차지하며 시장을 떠받쳤다. 미국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사업과 중동 열병합발전소, 아시아·아프리카 가스 플랜트 등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산업설비 수주액은 체코 원전을 제외한 지난해 상반기 실적인 73억 7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건축 수주액은 15억 3000만 달러, 토목은 4억 80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48.9%, 30.8% 감소했다.

중동 재건·원전 기대…지정학 불안은 변수

업계는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의 최대 변수로 중동 정세를 꼽았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이 하반기 수주 회복을 제약할 가장 큰 하방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동 재건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피해를 본 에너지·인프라 시설 가운데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시설의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 기준 중동 에너지 시설 복구비는 총 3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진출이 어려운 이란을 제외해도 약 26조 5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들은 피해를 본 주요 플랜트 가운데 상당수를 시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재건사업 수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 사업도 새로운 수주 동력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공 역량을 갖춘 건설사가 많지 않아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 경험과 기술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관련 전력 인프라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지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중동 인프라 시장 선점 전략은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 등 핵심 거점의 복구·보강·대체 사업을 우선 공략하는 것”이라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연계한 금융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불가항력 조항도 사전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