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도 잇단 CB 발행…현대건설은 투자, 동부건설은 재무개선
현대건설 '이자율 0%' CB…뉴에너지 사업 투자 활용
동부건설 3년 만에 발행…단기차입 개선·유동성 확보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전환사채(CB)를 잇따라 발행하며 자금조달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거나 단기 차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이달 7일 5000억 원 규모의 CB 발행을 마쳤다. 2011년 현대차(005380)그룹 편입 이후 첫 CB 발행이다. 동부건설(005960)도 지난 4월 4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며 3년 만에 전환사채 시장을 다시 찾았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둔 가격(전환 가액)에 발생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이번 CB의 가장 큰 특징은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라는 점이다. 2031년 7월 만기까지 별도의 현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만기에는 원금만 상환하면 된다.
현대건설은 이자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이자비용은 약 4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303억 원)보다 43.6% 증가했다.
이번 CB에는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과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증시 호황을 활용한 발행자 우위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이자율 0%는 기업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자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조달 자금을 해상풍력과 태양광, 소형모듈원전(SMR), 대형 원전 등 뉴에너지 사업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반 회사채는 매년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번 CB는 평균 이자율이 0%여서 현금 이자 부담이 없다"며 "재무 부담과 자금 조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CB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도 지난 4월 중순 단기 차입 구조 개선을 위해 4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3년 만의 발행으로, 규모도 2023년 25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확대됐다. 표면이자율은 3%, 만기이자율은 6%이며 만기는 4년이다. 조달 자금은 건설현장 하도급 대금 지급 등에 활용된다.
발행 배경에는 실적 개선도 자리한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1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101억 원을 내며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도 2023년 21%, 2024년 20%에서 올해 12%로 낮아졌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건설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된 데다 금리도 높은 상황"이라며 "실적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고금리 단기 차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CB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의 CB 활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CB는 주식 전환 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만큼 모든 건설사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여건과 기업별 재무 상황,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기업마다 선택은 달라질 것"이라며 "신사업 투자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일부 대형사와 실적 회복 기업을 중심으로 CB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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