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 '상고하중' 가능성…보수적 자세 필요[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20일 서울 시내의 한 금융기관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뉴스1 이호윤 기자

올 하반기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수요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이어야 한다. 시장의 방향타를 쥔 두 가지 거대 변수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곧 발표될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다. 향후 수도권 주택시장은 '상고하중'(上高下中) 흐름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하반기 전망은 하락세로의 반전보다 상승세 둔화 정도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금융계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8월이나 10월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내년에도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반비례한다. 금리 인상은 금융 비용을 높여 거래를 둔화시키고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부동산이 투자 자산화되면서 금리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금리가 자산 가격의 가장 큰 중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 8%대를 향하고 있다.

고금리는 '레버리지의 마법'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뜻한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불리던 투자 방식은 이제 작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금리는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거나 장기 정체에 빠뜨린다. 실제로 고금리 행진이 이어진 지난해 미국의 케이스-실러 명목 주택가격지수(20개 대도시 기준)는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였음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을 걷어낸 실질 주택가격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다만 금리가 오른다고 집값이 즉각 급락하진 않는다. 금리 인상 효과는 누적돼야 전방위적인 파괴력을 갖는다. 과거보다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2025년 잔액 기준 65.6%)이 높아진 점도 충격을 늦추는 완충 요인이다.

금리 인상 충격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인상이 단행될 때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연구원은 금리 인상 쇼크가 12~15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당시와 같은 급락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금리가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데다 실물경기 호조세와 전세난, 공급 부족이 하방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김도우 기자

7월 말~8월 초 발표될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시장 판도를 흔들 또 다른 복병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고강도 압박보다 '중강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아파트 임대사업자 양도소득세 혜택 기간 축소, 비거주 고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세제 개편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방향이다. 이 때문에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고가주택 밀집 지역인 강남권과 한강 벨트가 먼저 요동칠 수 있다. 지난 3~4월 다주택자 양도세 절세 매물에 이어 7~8월 중에도 절세 급매물이 출현할 확률이 높다. 상급지 갈아타기를 노리는 수요자라면 통계 시세보다 매물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매물이 세금 정책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빚을 지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자금 계획은 단단하고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 대출 규모는 집값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매월 나가는 원리금 상환액 역시 가구 실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낮추는 게 안전하다.

최근 30~40대가 관심을 두는 중저가·중소형 주택은 세제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젊은 층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문턱을 활용해 무리하게 빚을 내는 경향이 있다. 이들 역시 금리 인상의 무풍지대가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한 서울 부도심과 경기 남부 지역에서의 '묻지 마 매수'는 금물이다.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가격이 부풀려지면 작은 악재에도 휘청거린다. 실수요 중심의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보다 금리 영향을 덜 받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공급과잉에 인구 감소 등의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차갑고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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