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맨숀 5동은 빠지세요"…'한 동만 남기는' 재건축 현실화
분담금 산정 갈등에 동별 동의 확보 실패…공유물 분할 소송
법원 "협의 사실상 불가능"…사업성·단지 구조상 확산엔 한계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준공 40여 년 만에 재건축에 나선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숀아파트가 '한 동만 남기는 재건축'이라는 전례 드문 사업 방식을 택했다. 분담금 갈등을 빚은 5동을 제외한 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법원이 공유물 분할을 허가하면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5동만 남기고 나머지 단지를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초 제13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사업 통합심의안을 수정가결·조건부 의결했다.
1984년 준공된 삼익맨숀은 재건축을 통해 기존 768가구에서 99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9층, 10개 동으로 조성된다.
다만 기존 단지의 5동은 재건축 대상에서 빠졌다. 나머지 동이 철거된 뒤 새 아파트로 바뀌는 동안 5동만 기존 모습 그대로 남게 되는 것이다.
단지 전체를 철거한 뒤 새로 짓는 일반적인 재건축과는 다른 방식이다. 주민 간 이견이 있더라도 모든 동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삼익맨숀은 한 개 동을 사업 구역에서 분리하는 쪽을 택했다.
배경에는 분담금 산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2020년 2월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5동 주민들은 과도한 분담금을 부담하게 된다며 산정 방식 변경을 요구했다. 5동은 전용면적 146㎡로 단지 내에서 면적이 가장 큰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다.
5동 주민들은 종전자산 감정평가 과정에서 면적과 시세만 반영하면 대형 주택을 소유한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도 필요하다.
전체 동의율을 충족하더라도 5동 주민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조합 설립과 재건축 추진이 막힐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2020년 12월 5동 주민들을 상대로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단지가 공동으로 소유한 토지를 5동과 나머지 동으로 나눠 재건축 구역에서 5동을 떼어내겠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추진위원회에 공유물 분할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고 5동과 나머지 동을 분리해달라는 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박연주)는 "원고가 5동 구분소유자들과 토지 분할에 관한 협의를 거쳤으나 결국 협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며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도 5동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재건축사업을 반대하면서 협의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진위원회가 5동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추정 분담금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개최한 점도 고려했다. 양측이 더 이상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상태라고 본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추진위원회는 5동을 사업 대상에서 분리하고, 나머지 구역만을 대상으로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재건축 과정에서 분담금이나 평형 배정 등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러나 삼익맨숀처럼 특정 동 전체를 제외한 채 나머지 동만 재건축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다른 정비사업 예정지에서 유사한 갈등이 '한 동 남기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법적으로 공유물 분할을 통해 일부 동을 분리할 수는 있지만 실제 사업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을 거쳐야 하는 데다 단지 배치와 토지 소유 관계, 정비계획 변경 가능성 등을 모두 따져야 한다.
사업성도 문제다. 설계와 인허가, 철거, 기반시설 조성 등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들어가는 고정비용은 크게 줄지 않는 반면, 조합원이 줄면 비용을 나눠 부담할 인원은 감소한다. 남은 조합원의 분담금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동을 제외한 뒤에도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 일조권, 기반시설 등을 독립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구조에 따라서는 특정 동을 떼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주민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져 결정했겠지만 매우 드문 사례"라며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5동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사업을 계속 늦추는 것보다 해당 동을 제외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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