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넘어 미국으로…K-건설 해외지도 '2극 체제' 재편

대우건설, 20년 만에 美 주택시장 재진출…시공 넘어 디벨로퍼 확대
현대·삼성·DL도 원전·데이터센터 공략…"인허가·노조는 과제"

대우건설의 팰리세이즈파크 주거개발사업 조감도.(대우건설 제공)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중동 중심의 해외 건설이 중동과 북미 '2극'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과거 중동 중심의 해외 건설이 중동과 북미 '2극' 체제로 빠르게 재편하는 모습이다. 사업 영역도 반도체·배터리 공장 시공을 넘어 부지 매입과 개발, 분양까지 맡는 '디벨로퍼'로 확대되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은 20년 만에 미국 주택시장에 재진출한다.

대우건설은 지난 3일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팰리세이즈파크에 2억9100만 달러를 투자해 18층, 540가구 규모 주거단지를 짓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시공사가 아니라 뉴욕 개발사 타마레스와 공동 시행사(Co-GP)로 참여해 부지 매입부터 분양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하반기에는 텍사스 프라스퍼 복합개발사업 투자도 검토 중이다.

GS건설(006360)도 북미 모듈러 주택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영국 철골모듈러 업체 엘리먼츠와 폴란드 목조모듈러 업체 단우드를 동시에 인수하면서 미국 철골모듈러 업체 인수도 함께 추진한 바 있다.

공장 시공 넘어 주거 개발까지

대형건설사의 미국 진출 확대 배경에는 미국 첨단공장 시공 경험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 시행 이후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그룹 등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잇달아 건설했고, 국내 건설사들도 이를 수주하며 시공 실적을 쌓았다.

지난 4월 16일(현지시간) 촬영한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 AFP=뉴스1

삼성전자(005930)의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공장은 투자 규모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완성차 공장만 76억~80억 달러, 배터리 합작공장까지 포함하면 10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그 결과 2023년 미국 건설 수주액은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국가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국내 건설사의 최대 발주국에 올랐다. 이후에도 미국 등 북미 시장은 중동과 함께 국내 건설사의 새로운 해외 수주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장 시공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험과 실적을 쌓은 건설사들은 이제 주거 개발과 원전, 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원전·데이터센터로 확장되는 수주 지도

업계는 수주 영역을 공장 시공을 넘어 원전과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해 10월 미국 에너지 개발기업 페르미 아메리카와 텍사스주 아마릴로에 조성되는 '복합 에너지 및 AI 캠퍼스' 사업의 대형원전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했다. 이 캠퍼스는 AP1000 대형원전 4기(4GW), SMR(2GW), 가스복합화력, 태양광·배터리저장장치를 결합해 총 11GW급 전력망과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대형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첫 사례다.

삼성물산(028260)은 미국 SMR 개발사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했고, 상사 부문을 통해 미국 데이터센터 부지를 선점해 초기 인프라를 구축한 뒤 매각하는 개발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호기 모습. 2026.1.26 ⓒ 뉴스1 윤일지 기자

DL이앤씨(375500)는 미국 X-Energy의 4세대 SMR 표준화 설계를 국내 최초로 수주하며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대부분 착공 전 단계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이 짓는' 미국 원전·데이터센터 1호 사업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는 평가다. 강한 노조 문화와 까다로운 인허가·환경 규제, 국내보다 높은 조달 금리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실제 삼성전자 테일러 반도체 공장도 완공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2년 가까이 지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경기 침체와 원전 르네상스가 맞물리며 미국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며 "단순 시공사에서 개발사업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