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머니가 키운 동탄 집값…정부는 대출부터 조인다

자산 증가도 집값 상승 요인…"대출 통한 가수요 차단이 정책 역할"
반도체 실수요 두터운 시장…"거래 줄어도 가격 안정은 미지수"

경기 화성시 동탄구 일대의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수억 원대 성과급을 앞세운 이른바 '반도체 머니'가 수도권 남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도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자산 증가가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은 대출을 통한 가수요와 갭투자(전세 낀 매매) 차단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대기업 실수요가 두터운 동탄과 기흥의 특성상 거래는 줄더라도 집값 상승세를 꺾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이날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오는 5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한다.

최근 이들 지역은 수도권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화성 동탄의 월간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해 2월 0.78%에서 5월 1.57%로 확대됐다. 용인 기흥구는 0.95%, 구리시는 1.15%를 기록하며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동탄과 기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 접근성이 뛰어난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 임직원들이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바탕으로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동탄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 재직자들의 매수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회사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출퇴근이 편리해 실거주 목적의 매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인정한 '반도체 머니'…처방은 대출·갭투자 규제

정부도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자산 증가가 최근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개인의 자산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는 만큼 정책의 초점은 대출을 활용한 가수요와 갭투자 차단에 맞춰졌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대출이 아니라 자산 증가로 인해 주택 구입 수요가 확대된 측면도 인식하고 있다"며 "자산을 가지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정부가 개입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규제지역 지정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함께 적용하는 '투트랙' 규제를 선택했다.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세제, 청약 규제를 강화해 차입을 통한 매수세를 줄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 거래만 허용해 갭투자를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규제지역 지정 과정에서 갭투자 비율과 외지인 거래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반도체 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수요가 시장 이끈다"…규제 효과는 제한적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동탄과 기흥은 일반적인 투자 과열 지역과는 시장 구조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종사자 등 소득 수준이 높은 실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금융 규제만으로 가격 상승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동탄 집값 상승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구매력"이라며 "수요자 대부분이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층인 만큼 규제지역 지정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규제가 나오면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가 주춤할 수는 있다"면서도 "수요 자체가 투자보다 실거주 중심이고 자금 여력이 있는 계층이 많아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와 시장의 시각은 풍선효과를 놓고는 엇갈린다.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시장 안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일부 수요가 오산이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인접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이번 규제의 효과는 거래량 감소를 넘어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한 실수요가 상승세를 얼마나 떠받칠지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