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내도 남는 장사"…배액배상 감수한 계약파기 잇따라
동탄 계약해제 신고 351건…비규제지역 전체의 28% 차지
서울 규제 강화·반도체 호황 상승 기대…매도인 셈법도 달라져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 규제 강화 이후 수요가 몰린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주고도 기존 계약을 해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 일부 매도인들이 배액배상까지 감수하는 것으로, 비규제지역 집값 상승세가 매도인들의 셈법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5일 기준) 화성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2.22% 상승했다. 전주 상승률(1.98%)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9.57%로 지난해 서울의 연간 상승률(8.98%)을 이미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동탄역 일대 대표 단지인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22억 25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전용 65㎡도 지난 6일 2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주요 비규제지역 전반에서도 가격 강세가 확인된다. 구리시와 동탄구의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는 1년 전보다 각각 9.3% 상승하며 6000만 원 이상 올랐다. 용인시 기흥구 역시 평균 실거래가가 5억 7084만 원에서 6억 1172만 원으로 4000만 원 넘게 상승했다.
집값 상승세와 함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상 계약 해제 신고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리시와 남양주시, 수원시 권선구, 안양시 만안구, 용인시 기흥구, 화성 동탄구 등 수도권 주요 비규제지역의 올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 건수는 124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27건)보다 21.5% 증가한 규모다.
계약 해제 신고에는 전자계약 전환이나 신고 정정 등이 포함될 수 있어 모든 사례를 배액배상에 따른 계약 파기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현장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에 계약을 해제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탄구의 계약 해제 건수는 351건으로 전체의 28.1%를 차지했다. 수도권 주요 비규제지역에서 발생한 계약 해제 신고 10건 가운데 약 3건이 동탄에서 나왔다.
실제로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의 한 매물은 14억 9800만 원에 가계약이 체결됐지만 이후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고 배액배상을 진행한 뒤 18억원에 다시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탄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배액배상을 하더라도 최근 집값 상승 폭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예전 같으면 계약을 유지했을 집주인들도 더 높은 가격에 다시 팔기 위해 계약을 해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비규제지역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GTX 등 교통 인프라 확충에 더해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인한 배후 수요 증가도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쏠린 영향"이라며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배후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세를 키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다시 묶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영진 랩장은 "구리시, 화성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등은 이미 일부 정량지표에서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거나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시장 불안이 좀 더 지속할 경우 정부가 규제지역 지정 등 규제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예상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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