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평생 월세만 살라는 얘기인가"

 진희정 건설부동산부  부장
진희정 건설부동산부 부장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평생 월세만 살라는 얘기인가."

며칠 전 40대 직장인인 한 지인에게 받은 메시지다. 서울 외곽 전셋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그는 부동산 관련 뉴스를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곱씹어보니 부동산 논쟁의 핵심이 그 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정부는 생산적인 곳으로 가야 할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을 우려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자산시장 왜곡 문제를 이야기한다.

실제로 김용범 정책실장은 "반도체로 벌어들인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빨아들이는 구조를 경계한 발언이다.

임광현 국세청장 역시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등록임대주택으로 묶인 서울 아파트만 6만 8000여 가구에 달한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정책 당국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한국 경제에선 오랫동안 부동산이 가장 강력한 자산 형성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생산적인 투자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큰 수익을 안겨주는 구조가 반복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서울 외곽 전셋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에게 중요한 것은 자산 증식이 아니다. 다음 전세 계약과 월세 부담, 그리고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더 현실적인 문제다.

그래서 정책 당국이 투기 수요와 자산 쏠림을 지적할 때 시장은 전세 물량부터 계산한다. 다주택자 규제가 거론되면 임대 물량 감소 가능성을 걱정하고, 공급 확대 계획이 발표되면 실제 입주 시점부터 확인한다.

이런 인식 차이는 최근 시장 환경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줄어드는데도 가격은 오르고 있다. 적극적인 매수세가 시장을 끌어올리는 국면이라기보다 공급 부족 우려와 선호 지역 쏠림이 가격을 떠받치는 모습에 가깝다.

전세 시장도 불안하다. 전세 물건은 줄어드는 반면 월세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공급 확대 계획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평생 월세만 살라는 얘기인가."

그 말은 단순히 집값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전세는 어떻게 될지, 월세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지, 앞으로도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남아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정책 당국의 문제의식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이 생산적 투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겠다는 정책 방향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걱정한다. 사람들은 전세와 월세, 그리고 앞으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정책은 불로소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잃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기대가 흔들릴 때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hj_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