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법정단체 된 중개사협회…업계 위기 돌파구 될까

담합·허위매물·거래절벽에 중개업계 신뢰 회복 과제
의무가입제·지도단속권 제외돼 권한 한계도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밀집지역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오는 8월 27년 만에 법정단체로 승격된다. 협회는 법적 지위를 바탕으로 담합과 허위매물 등 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자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무가입제와 지도·단속권이 빠지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8월 법정단체 출범을 앞두고 정관과 윤리규정 마련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승격을 골자로 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범 당시 법정단체로 출발한 중개사협회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 과정에서 임의단체로 전환됐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27년 만에 다시 법적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협회는 지난 3월부터 법정단체위원회를 구성해 정관과 윤리규정 마련 등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 이사회와 대의기구인 대의원총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다음 달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다.

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관과 윤리규정에 담을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6월 중 이사회와 총회 의결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개사협회의 법정 단체 전환은 중개 업계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근 중개 업계는 집값 담합, 허위매물, 무등록 중개, 비회원 배척 등 각종 불법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 일부 중개사들이 집값 담합과 영업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시장 교란 행위 적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공인중개사 담합 행위 등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협회도 불법 중개 행위 차단을 위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달 전국 19개 시·도회를 대상으로 친목회 등 각종 모임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모임의 성격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만큼 조사 결과 취합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관계자는 "외형만으로는 성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의해 필요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속권 빠진 법정단체…실효성 논란

문제 법정단체 전환 과정에서 협회가 요구했던 의무 가입 조항과 지도·단속권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입법 과정에서 프롭테크 업계 등을 중심으로 권한 남용 우려가 제기된 영향이다.

협회는 새로 마련하는 윤리규정을 바탕으로 회원 자율 규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개별 중개사의 불법 중개 행위를 직접 조사하거나 강제적으로 단속할 권한은 없다.

법정단체로 승격되더라도 시장 질서 확립과 불법 행위 근절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는 윤리규정 시행을 통한 자정 기능 강화와 정부·지자체와의 협력 체계 구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계와 문제점은 향후 제도 개선과 입법 보완을 통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절벽도 숙제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에 붙은 부동산 매매 안내문. 2026.3.30 ⓒ 뉴스1 최지환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 절벽' 우려도 크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규제와 매물 감소 현상으로 중개업계의 경영난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 8912명으로 1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신규 개업보다 폐업·휴업이 많은 '순유출' 흐름도 2023년 2월부터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과세 기준 하향 조정 등 거래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다만 거래 급감의 원인이 세제와 대출 규제, 매물 부족,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복합적인 만큼 한두 가지 대책만으로 해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단체 전환으로 협회의 역할과 책임은 커졌지만 거래 절벽과 불법 중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무 가입이나 지도·단속 권한 없이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제도 보완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