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시행 후 10대 건설사 8곳 '사용자성 인정'…업계 대응 고심

포스코이앤씨·삼성물산·현대건설 등 하청노조 교섭 의무 판단
건설업계 "공사 지연·비용 증가 우려" 대응책 마련 고심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개정 노동조합법(노랑봉투법) 시행 이후 주요 건설사들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10대 건설사 가운데 8곳이 하청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판단되면서 건설업계가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2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제기한 교섭요구 공고 시정신청과 관련해 현대건설·롯데건설·IPARK현대산업개발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건설사와 하청노조 간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 가운데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4월 9일 처음으로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이어 SK에코플랜트는 하청업체 대상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등을 근거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GS건설 등도 같은 판단을 받았다.

이로써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과 DL이앤씨를 제외한 8곳이 사용자성 인정 판단을 받았다. DL이앤씨 역시 이달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단을 앞두고 있어 관련 사례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0대 건설사 8곳 사용자성 인정…업계 "대응책 마련 고심"

건설업계는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은 결정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야 공개되는 만큼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대응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지노위(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공식 문서가 오지 않았다"며 "세부 내용이 담긴 해당 문건이 와야 뚜렷한 대응방안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현장 단위 교섭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공사업 관련 노조원은 약 4만 명 수준이다. 건설현장은 공정 간 연계성이 높은 만큼 특정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공사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공정별 협력업체가 달라 현장 단위 교섭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된 업종인 만큼 제도 적용 과정에서 업종 특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 시행 초기…"사용자성 판단 기준 아직 형성 단계"

노랑봉투법 시행 초기인 만큼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장 운영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쟁점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극동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신청도 받아들였다. 원청이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해 안전관리 권한을 행사했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사례가 향후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판단의 참고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