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개 공공기관 옮긴 혁신도시…인구 늘어도 삶은 수도권에
[5극3특]② 인구·세수 늘었지만 정주·산업 생태계 구축은 한계
충북·경북 이주율 절반 수준… 광주전남·전북 상가 공실도 여전
- 조용훈 기자, 황보준엽 기자
(전주·나주=뉴스1) 조용훈 황보준엽 기자 = 153개 공공기관을 혁신도시로 옮긴 1차 지방 이전은 인구·세수·입주기업 증가 등 가시적 성과를 냈지만, 정주 기반과 지역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동반·1인가구 이주율은 71.0%까지 올랐지만 충북·경북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광주전남·전북 혁신도시 상가 공실률은 30% 안팎에 달하는 등 '기러기 아빠'와 '두 집 살림', '상가 공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지역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00년대 중반 본격 추진됐다.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 153곳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겨지면서 에너지·연금·연구·교육 등 국가 핵심 기능 일부가 지방으로 분산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 주민등록 인구는 23만 4684명, 9만 5339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해 혁신도시 지방세 납부액은 3조 3894억 원에 달했고, 입주 기업도 4000여 곳까지 늘어 재정과 고용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다만 성장이 공공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민간 일자리 확대와 산업 다각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전력·에너지·산단·연구기관이 모이며 호남권 에너지 클러스터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전북혁신도시에는 국민연금공단·한국국토정보공사·지방자치인재개발원 등 13개 공공기관이 모여 연금·공간정보·행정 교육 허브 역할을 해 왔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의 목표는 몇몇 직원의 정착이 아니라 그 기관을 매개로 지역에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며 "권역별 산업 전략 속에서 공공기관이 그 생태계에 녹아들도록 설계하지 못한 것이 1차 이전의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에 따르면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동반·1인가구 이주율은 2022년 상반기 67.7%에서 2025년 12월 기준 71.0%로 올라섰다. 전국 평균으로는 열 명 중 일곱 명이 주소를 옮긴 셈이다.
하지만 충북(50.5%)·경북(51.3%) 등 일부 혁신도시는 이주율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가족이 수도권에 남고 직원만 내려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전북혁신도시가 속한 전북의 가족동반·1인가구 이주율은 77.6%로 전국 평균을 웃돌지만, 현장 조사에서는 가족 전체가 함께 내려온 '온전한 가족 동반' 비율이 54% 안팎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12.8%)·한국식품연구원(20.9%)·국민연금공단(37.6%) 등 주요 기관 상당수는 가족 동반 이주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거 입지는 직장만이 아니라 자녀 교육과 생활 편의까지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혁신도시로 주거 기반을 옮기기 어려운 가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관을 곳곳에 쪼개 배치한 결과 어느 곳도 충분한 도시 기능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공동주택·학교·병원 등이 들어서며 정주 인프라가 개선됐지만, 자녀 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수도권 복귀를 고민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전언이다.
한 지방 연구에서는 주소 이전 통계와 달리 실제 생활에서는 평일 지방·주말 수도권을 오가는 생활 패턴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혁신도시 상권은 점심·퇴근 시간대에는 붐비지만 저녁과 주말에는 유동 인구가 급감하는 이른바 '타임테이블 상권'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36.0%, 전북혁신도시는 27.5%로 집계됐다. 상가 세 곳 중 한 곳 안팎이 비어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 중심 수요만으로는 상권을 유지하기 어렵고, 원도심과의 역할 분담·상생 전략도 충분히 설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혁신도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점심에는 공공기관 손님으로 자리가 없지만 저녁만 되면 손님이 끊겨 매출이 반 토막 난다"며 "주말이면 단골 손님 상당수가 가족이 있는 수도권으로 올라가 도시 전체가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서도 상가 임대 문의가 줄고 권리금을 사실상 포기한 매물이 늘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 B 씨는 "초기에는 임대 수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은 공실 부담을 견디지 못해 헐값에 내놓는 사례가 많다"며 "경매로 넘어가는 상가도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 사이에서는 가족을 수도권에 두고 홀로 내려오는 '기러기' 생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교육·의료·문화 인프라 격차와 맞벌이 유지, 노부모 돌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북혁신도시 한 공기업 직원 C 씨는 "주중에는 혁신도시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내고 금요일 밤마다 KTX를 타고 수도권 집으로 간다"며 "두 집 살림에 교통비까지 더하면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한 공공기관 직원 D 씨도 "아이 학교와 배우자 직장을 고려하면 가족이 함께 내려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몇 년째 평일에는 혼자 지내고 주말마다 짐을 싸서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차 이전 경험을 토대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로드맵을 올해 안에 구체화하고, 2027년부터 본격 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도권 잔류 최소화와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 지양을 원칙으로 350개 안팎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예외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 2차 이전은 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노조와의 대화·공청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더라도 7~8월 안에는 2차 이전 계획안과 공청회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7년부터 실제 이전이 이뤄지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차 이전이 단순 기관 배치가 아니라 권역별 산업 생태계와 거점 도시를 키우는 전략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강래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은 균형발전이자 동시에 지역 산업전략이어야 한다"며 "권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해 기관을 묶어 배치할 때 민간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을 흩뿌리는 방식은 효과가 약한 데다 혁신도시를 수도권과 동떨어진 '외딴섬'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어야지 도 단위로 공평하게 한 개씩 나눠줘서는 어느 곳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렵다"며 "교통·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민간 기능을 함께 키워야 청년이 머물 수 있는 비수도권 대도시권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몇 개를 옮기는 데 그치지 말고, 2차 이전을 국가 차원의 메가시티·산업 생태계 전략과 연계해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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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국정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역 성장거점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혁신도시 정책이 공공기관 이전에도 불구하고 낮은 정주율과 자족 기능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전략 역시 실질적인 균형발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스1은 [5극3특] 시리즈를 통해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원도심 이전론과 초광역권 전략의 가능성, 지역별 대응, 예상되는 부작용과 과제를 차례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