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난에 빌라 눌러앉기…갱신청구권 39% 늘었다

서울 빌라 갱신청구권 사용 4189건…전세 매물 감소·월세화 심화
건설경기 부진에 공급도 축소…청년·저소득층 주거 선택지 줄어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올해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급증했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과 전세 매물 감소 여파가 빌라 임대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로의 주거 상향 이동이 막히면서 빌라에 머무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빌라 임대차 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건수는 418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011건)과 비교하면 39.1% 증가했다.

올해 빌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는 아파트 임대차 시장 불안과 맞물린다. 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 이후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6348개로 지난해 말(2만 3263개) 대비 29.7% 줄었다. 아파트의 월세화 현상도 전세 실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빌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서울 빌라 전세와 월세 수급지수는 각각 104.1, 105.3으로 나타났다. 기준점 100 이상은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는 의미다.

빌라로 향한 수요 증가는 임대료 부담도 키우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기피 대상이 됐던 빌라 전세시장도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100.57로, 전세사기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2년 12월 수준에 근접했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빌라의 월세화 현상도 뚜렷하다. 올해 4월까지 빌라 월세 계약은 2만 9913건으로 전년 동기(2만 7513건) 대비 8.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2만 4953건에서 1만 8693건으로 25% 감소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시장 불안이 빌라 임차인의 상향 이동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빌라 공급 감소와 월세화까지 겹치면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빌라 임대차 시장 불안은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준공 물량은 4858가구로 전년 대비 20.7% 감소했다. 2018년 3만 5006가구에 달했던 공급 물량은 최근 4000가구 수준까지 급감했다.

원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과 고금리, PF 시장 경색 등이 겹치며 비아파트 공급 여건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빌라 임차인의 상향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지속되면 청년과 저소득층의 주거 선택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