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부활과 '차이의 반복' 경제학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1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곳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부활한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히 향후 집값의 향방으로 쏠린다. 과거 양도세 중과는 빈번히 매물 잠김을 초래했다. 다주택자의 출구가 막히자 시장 공급은 급감했고 가격은 치솟았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역사가 반복되되 결코 같은 궤적을 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일성의 반복'이 아닌 '차이의 반복'이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발생할 것인가. 정부의 다음 수(手)에 시장의 향배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데이터에 매몰되기보다 정부의 정책 의지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매물 잠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카드는 임대사업자 양도세 혜택 축소, 비거주 1주택의 '세 낀 거래' 허용, 비거주 고가 1주택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등이다.
이 대책들은 7월 하순 세법 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 매물 공급 신호를 조기에 보내기 위해 6·3 지방선거 직후 정책 방향을 미리 공개할 수도 있다. 이번 중과세 재시행 이후에는 다주택자 물량이 사라지는 만큼 매물 감소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에 따라 우려하는 '매물 절벽'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매물 잠김에 따른 집값 급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매물 변수가 집값 향방을 결정짓는 유일한 열쇠는 아니다. 매물이 급증하지 않는 한 '매물 공급이 곧 집값 안정'이라는 1차원적 도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부동산 시장은 시중 유동성, 금리, 심리 등 수많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유기체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직전 주 상승률(0.21%)보다 오름폭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0.16%)가 10주 연속 내림세지만 비강남 지역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가격 상승에도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관망파가 많다는 방증이다. 시장에는 과거의 궤적을 유지하려는 경로 의존성이나 관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5월 10일 이후에도 '강남 약보합, 비강남 강보합'이라는 지역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정책 외에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는 전세난과 금리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상승률은 3월 둘째 주 이후 매매가격을 앞지르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50.1%(4월 KB 기준)로 낮아 매매가를 즉각 자극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전세 매물 부족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매수로 선회하는 흐름은 경계해야 한다. 매매와 전세는 마치 형제지간처럼 맞물려 움직인다. 전세 시장의 불안이 매매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변수다. 1분기 경기가 예상을 웃돌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주택 시장이 고도로 투자상품화된 상황에서 금리 등 금융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결국 하반기 주택 시장은 다양한 변수들이 얽히고설킨 '다층적 변주곡'이 될 것이다.
이런 혼란기에 수요자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시세보다 매물이다. 필자가 앞서 예상한 '올해 매물 3파동'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3~4월의 다주택자 양도세 회피 매물(1차)에 이어 7월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의 절세 매물(2차), 그리고 연말의 막판 매물(3차)이 그것이다. 3차 매물을 거론한 것은 세법 개정안이 내년 이후 시행된다면 연말 무렵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다. 주택 시장이 지역별로 분화되며 각개전투 양상을 띠는 만큼 국지적 접근은 필수다. TV로 비유한다면 전국방송보다 동네방송을 더 유심히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