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텔 객실이 월세 21만원 방으로… 가산동에 뜬 청년주택

호텔 리모델링 후 181가구 입주…11개월 만에 공급
호텔·오피스 전환 확대…신혼부부용 중형도 검토

에스키스 가산 전경.2026.4.30/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서울에 어떻게 정착할지 고민했었다. 1년 정도 신림에서 살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에스키스 가산에 입주하면서 여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입주민 임지윤 씨)

지난달 3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에스키스 가산.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려 10분 남짓 걷자 커다란 외관의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때 비즈니스 호텔이던 이곳은 이제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바뀌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호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우편함과 택배 보관함, 경비실 등 기본적인 주거 시설이 먼저 눈에 띄지만, 길게 이어진 로비 구조는 과거 안내데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엘리베이터 두 대가 분주히 오르내리며 입주자 이동을 돕는다.

이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회적기업 나눔하우징과 함께 조성했다. 코로나19로 운영난을 겪던 호텔(해담채)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것으로, 총 181가구 규모다. 사업비 약 350억 원이 투입됐고 공사 기간은 11개월이 소요됐다.

호텔에서 청년주택으로…주거·교육 결합 공간

지하 공간은 일반 주거시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피트니스룸과 공유 세탁실, 콘퍼런스룸, 디지털 강의실이 이어지고 한쪽에는 크로마키 스튜디오도 갖춰져 있다. 주거와 교육 기능을 함께 담아낸 구성이다.

이곳은 디지털 청년 지원주택으로, 입주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옥상에는 바비큐가 가능한 데크와 싱크대가 마련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입주민 노동균 씨는 "대학에서는 AI 활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실무 교육이 큰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에스키스 가산 주거공간.2026.4.30/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주거 공간은 3층부터 19층까지 이어진다. 내부는 원룸 형태로 꾸며졌다. 침대와 책상, 소형 냉장고, 욕실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인덕션과 싱크대도 설치돼 간단한 취사가 가능하다. 과거 호텔을 개조한 다른 사례와 비교하면 생활 편의성이 한층 보완됐다. 전체적인 인상은 대학 기숙사와 비즈니스 호텔의 중간쯤에 가깝다.

임대 조건은 주변 시세 대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보증금은 800만~1290만 원, 월세는 21만~34만 원이다. 인근 대비 절반 수준이다. 역세권 입지까지 고려하면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 1인 가구 수요가 몰릴 만한 조건이다.

혼자 살기엔 좋지만 제약도…올해 2000가구 매입 추진

다만 제약도 뒤따른다. 공간이 협소해 대부분 1인 가구 위주로 구성돼 있고, 호텔 구조를 그대로 활용한 탓에 주차 공간도 부족하다. 차량 보유자의 경우 입주가 사실상 어렵다.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소득·자산 기준을 초과하면 퇴실해야 한다.

이해성 나눔하우징 대표는 "소득 수준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제한이 있고, 월 소득이 430만 원을 초과하면 2년 뒤 퇴거해야 한다"며 "소득심사를 통과한 경우에 한해 연장 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나눔하우징 대표가 지난달 30일 커뮤니티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6.4.30/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이 같은 비주택 리모델링 임대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올해 2000가구 매입을 시작으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역세권,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호텔과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기존 1인 가구 중심 구조에서 나아가 신혼부부와 신생아 가구를 위한 중형 평형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김도곤 국토부 주거복지지원과 과장은 "현재 2000가구 매입을 진행 중"이라며 "그동안 청년 중심으로 운영해왔지만 신혼부부도 입주할 수 있도록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